마음이 따라주지 않아서

by 느루 작가

멀리 떠난 네가 그리웠다.

매일매일 너와 함께 걷던 길을 걸으며

너와 함께 하던 것들을 떠올리며

수도 없이 그리워했다.


갑작스레 초인종이 울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하필 현관 초인종 카메라가 고장나서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누구세요?"

대답이 없었다.


'뭐야, 이 시간에...'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굳었다.


"짜잔!!!"

네가 내 앞에 서있었다.


너무 놀라 눈만 꿈뻑거렸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왜... 왜? 어떻게?"

동그랗게 뜬 눈으로 계속 너를 쳐다봤다.


"빨리 들어가자. 보고 싶었지?"

너는 내 손목을 잡고 함께 방으로 향했다.


같이 앉아있는데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옆에서 재잘거리는 네 모습을 보면서도

한쪽 마음이 불편했다.


'다시 떠나겠지?'


너는 그런 떨떠름한 내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

"너가 엄청 좋아할 줄 알았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예전처럼 네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그래서 아직도 그 영화 즐겨봐?"


또다시 만나자고 네가 좋아할만한 제안도 했다.

"우리 다음에는 같이 새로 나온 시리즈 보자."


너는 이미 기분이 상했는지 힘 없이 답했다.

너의 대답에 내 마음은 초조해져버렸다.

결국 정적이 흘러버렸다.


"오늘 그래도 자고 갈 거지? 시간도 늦었는데..."

나는 네가 당연히 하루는 머물다 갈 줄 알았다.


"아니. 이제 슬슬 가야겠다."

너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것처럼 대답했다.

나의 가슴에는 서글픈 구름이 가득해졌다.


"그래. 짐 잘 챙겨."

너와 현관 앞까지 함께 걸어갔다.

적막함이 온 집안을 감싼 것 같았다.


"잘 가."

- "안녕."


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을 나섰다.

왜일까? 뒤돌아 방으로 돌아오는데 울음이 터졌다.


왜 그랬을까.

그토록 그리워하던 너였는데, 왜 그랬을까.


네가 떠나고 나니 생각났다.

널 그리며 모아두었던 작은 선물들이.


바보같은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이토록 서툰 내 마음이 너무 미웠다.


상자를 꺼내 훑어보며 다시 또 눈물을 흘렸다.

다시는 전해주지 못할 것 같았다.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너와 함께 켰던 조명을 켜둔 채로

느리게 흘러가는 밤을 보내야만 했다.


다시 또 너를 그리며

나의 시간을 흘려 보내야만 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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