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의 시간, 고통을 밀어내며 버텨낸 나에게
일 년간의 기억이 사라진 것 같다.
무엇을 하며 살았더라…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선명하지 않다.
지금은 퇴사한 뒤, 몇 개월째 푹 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혼 직후의 그 시간은 너무 또렷한데도 동시에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기계처럼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다가, 밤엔 눈물로 잠들었다.
일터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는 오히려 낮 동안 이혼의 아픔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 같았다.
비록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너무 괴로웠고, 너무 힘들었기에 —
내 안의 무의식은 어쩌면 그 기억을 지워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희미하다.
이름도, 얼굴도, 어떤 대화였는지도.
그저 나만 뿌연 안갯속에 서 있었던 것처럼.
정신과에도 갔었다.
정작 내 얘기를 다 듣기도 전에,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당연히 힘드셨을 거예요. 지금은 병원보다는 상담이 더 필요하실지도 몰라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지금,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일상을 다시 짜 맞추고 있다.
소소한 하루, 따뜻한 햇살, 가벼운 웃음,
시간이 걸리지만…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어쩌면 정말, 시간이 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이혼의 아픔 속에서 고통받는 누군가가 있다면
지금의 나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예요.”
그 말만큼은 진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