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견된 건,
동남아의 어느 플라스틱 소각장 근처였다.
라탄무늬 등껍질을 가진 벌레 한 마리가
불에 그을린 페트병 조각을 씹고 있었다.
검고, 윤기 나는 등 위에
어디선가 본 듯한 짜임새가 있었다.
날개는 투명했지만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사람들은 곧 그것을 ‘라탄벌’이라 불렀다.
그 곤충은
물을 마시지 않았고,
짝짓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분열했다.
하루에 네 마리. 플라스틱만 있다면.
생물학자들은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드디어 나왔다.”
“지구의 청소부.”
“플라스틱을 먹고 사는 곤충.”
뉴스는 연일 그것을 띄웠고,
캐릭터 상품이 쏟아졌다.
몇 달 후,
라탄벌 한 마리가 태평양 쓰레기섬에 도달했다.
포장 상자 안에 섞여
먼 바다까지 실려가 바람과 해류를 탔다.
그곳은 섬이 아니었다.
지도에 없는 대륙.
바다 위에 쌓인 부유 쓰레기—
그중 94%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
해는 그 위로 뜨고,
플랑크톤은 아래에서 죽었다.
떠다니는 플라스틱 더미 위에서,
그 곤충은 살아남았다.
먹이는 무한했고,
시간은 멈춘 듯했다.
쓰레기섬의 플라스틱은 전부 사라졌다.
라탄벌의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하루에 수십만 마리가 새로 태어났다.
각국 정부는 번식을 막기 위해 살충제를 살포하고,
격리 구역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인류는 번식 통제에 실패했다.
플라스틱은 사라졌고,
벌레는 남았다.
먹을 것을 잃은 라탄벌들은
천천히 떠올랐다.
수억 마리의 벌레가 구름처럼 뭉쳤고,
바람을 타고 움직였다.
라탄벌이 발견된 지 2년이 지났다.
서울, 도쿄, 홍콩—
하늘 위에 회색의 층이 생겼다.
벌레 흡입기가 설치됐고,
일회용품은 금지되었다.
택배엔 생분해 인증 마크가 붙었다.
누군가 보고했다.
죽은 고래의 입속에서 라탄벌이 나왔다고.
고래 사체에서 대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었다.
어류에도, 조개에도.
사람은 그것들을 먹었다.
그리고 최근엔,
벌레떼가 사람을 둘러싼 채
날개를 바스락이며 맴돌았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날,
창밖은 평소보다 어두웠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벌레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었다.
날개 부딪히는 소리가 겹쳐 굉음을 냈다.
주파수가 어긋난 라디오에서 나는 듯한,
지지직 거리는 소리.
뜯겨나간 배수 파이프가
구멍 뚫린 혈관처럼
사방으로 물을 내뿜었다.
도로 표지판이 바닥에 쳐박혔다.
조형물의 목이 꺾였다.
자동판매기의 음료가 터져나갔다.
탄 냄새 비슷한 것이 풍겨왔다.
녹은 전선, 달궈진 비닐.
모든 것이
잿빛으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멀리서 경적 소리가 비명처럼 메아리쳤다.
울부짖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산채로 온몸을 뜯어먹히는 도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들끼리 부딪쳐 부서진 날개가 눈처럼 내렸다.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아니,
이제 그들이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