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북에 사는 어린 홍은 윗마을 소년이다.
동네에선 꽤나 잘 사는 집으로,
장마철마다 물난리가 나는 아랫마을과는 달리
제법 태가 나는 담장 안에
돼지도 몇 마리 키우고
커다란 진돗개도 한 마리 있었다.
홍의 아버지는 탄광의 광부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셨는데, 언제나 바빴다.
손재주가 아주 좋으셨는데,
마당 한켠에 있는 커다란
개집도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주신 것이었다.
홍은 자기 키만 한 진돗개, 쫑이를 매우 좋아했다.
가끔은 개집 안에서 쫑이와 같이 자기도 했다.
여느 때처럼 하루 종일 동네 아이들과 뛰놀다
어스름이 끼는 저녁 즈음에 집으로 돌아온 홍은,
집안에서 접시만 한 두 개의 눈과 마주쳤다.
노오랗게 켜진 헤드라이트처럼
커다란 눈이 홍을 바라보았다.
가끔 동네 뒷산에서
다람쥐 따위를 잡아오던 아버지는
오늘은 기어코 커다란 부엉이마저 잡아왔던 것이다.
(아마 홍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뚝딱뚝딱 얼기설기 지은 새장 안에서
부리부리한 눈을 뜨고 어린 홍을 노려보고 있는
부엉이의 발톱은 힘세고 날카로웠다.
홍은 깜짝 놀라 오줌을 찔끔 지릴 뻔하였으나,
보면 볼수록 그 힘세고 우아한 자태에
매료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의 눈빛은 차갑고도 기품 있었다.
다음날부터 홍은 부엉이에게 줄 쥐를 잡으러
온 동네를 싸돌아다녔다.
낮에는 날개를 접고 쿨쿨 잠만 자던 부엉이 녀석은,
서서히 해가 저물면 헤드라이트 같은 눈에 불을 켰다.
쥐고기를 툭 던져주면
무심히 다가와 뚝뚝 뜯어먹었다.
며칠인가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돼지들에게
풀을 주고 있는 어머니 옆으로
노파 하나가 지나가며 한마디 툭 던졌다.
'부엉이 저것이, 호랑이를 불러들여'
그날 밤,
어머니는 슬그머니 새장 문을 살짝 열어두었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푸드득 그것은 산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