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비를 낳아 땅을 깨우고,
죽음을 길러 다시 삼킨다.
벨나트 —
강을 숭배하고, 아름다움을 쫓으며,
비가 오면 제물을 바치는,
그리고 어린 홍이 살아가는 곳.
"홍이야~ 노~올자~"
공동마당 한가운데에서는 고무줄놀이가 한창이다.
홍은 곱슬머리를 흩날리며 고무줄을 넘었다.
마을 아이들 중 고무줄 실력 2위,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인기만점이었다.
벨나트의 집들은 모두 똑같았다.
긴 지붕과 낮은 담, 아담한 방과 마루.
집들은 둥글게 거대한 마당을 에워싸고,
모든 문은 중앙을 향했다.
아이들은 마당을 뛰고,
어른들은 문턱에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아이들.
마을에는 큰 공동부엌이 있었다.
식량도, 불도 함께 나눴다.
족장의 집만 약간 더 컸지만,
그의 문도 같은 마당을 향해 열려 있었다.
마을 바깥,
낮은 지대로 강이 흘렀다.
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한 대지의 여신ㅡ
벨나트 사람들은 강을 두려워하며 섬겼다.
비가 오면,
못난 것들을 강가에 놓아야 한다.
벌레 먹은 과일,
금간 거울.
강은 서서히 수위를 높이고,
기슭에 놓인 것들은
물살에 휩쓸려 하나둘 사라졌다.
그렇게 강은 그것들을 삼켰고,
비는 멎었다.
항상, 그래왔다.
그해, 비가 내렸다.
하루, 이틀, 사흘...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쏟아지는 비.
누구도 본 적 없는 대폭우였다.
마을 사람들은 부서진 바구니,
깨진 접시등을 모아 정신없이 강가에 바쳤다.
그러나 물살은 점점 거세졌고,
강물은 넘실거리며 마을 쪽으로 다가왔다.
다리가 잠기고,
마을 경계까지 물이 차올랐다.
긴장과 침묵이 깔렸다.
아이들도 더는 마당에서 뛰놀지 않았다.
밤이 되자, 족장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공동마당, 젖은 땅 위로 모인 이들.
비는 여전히 쏟아졌다.
족장은 긴 외투를 입고,
천천히 사람들 사이를 걷다
홍을 바라보며
짧고,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못생긴 것."
주변은 고요했다.
아무도 진심으로 찬성하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주먹을 꼭 쥐었고,
누군가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함께 놀았던 아이들은,
어른들의 다리 뒤에 숨어 홍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오직 홍만이,
마당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쏟아지는 비를 맨몸으로 맞으며.
홍은 시린 손끝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다.
빗물에 젖은 곱슬머리.
물기를 잔뜩 머금은 채 어지러이 뭉쳐 있는 머리칼.
분명 물귀신 같아 보일 것이다.
벨나트의 아이들은
밀밭 같은 금발을 가꾸며 자라난다.
덩굴 같은 곱슬머리를 타고난 아이는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른들은 늘 귀엽다며 칭찬해주었다.
주변엔 아무도 없다.
어둠이 깊어진다.
이따금씩 천둥이 나무를 꺾는다.
차가운 비가 내린다.
강은 추한 것을 집어삼키며 불어난다.
마을에 물이 차오른다.
홍의 종아리가 흙탕물에 잠겼다.
눈에 자꾸 빗물이 들어갔다.
손등으로 아무리 문질러내어도,
온세상이 물기에 일그러져 보인다.
홍은 그대로 무릎을 안고 빗물 속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느리게 뛴다.
몸의 온기가 서서히 꺼져간다.
바닥에 떨어진 빗방울들이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고 있었다.
퍼지고, 사라지고, 또 퍼졌다.
홍은 그 동그라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날,
비는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