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유통기한

by 빛의골방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몰랐던 젊은 날엔

지독하게 사랑받고 싶었던 내면의 목마름을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채우려고 했다.


일대일의 관계는 물론 온갖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했고

언제나 마음을 쏟았다.


그 관계들이 나를 증명하는 방법이었고

나를 사랑하는 수단이었으며

내가 존재하는 이유기도 했으니.


혹여나 관계가 틀어질까

조바심이 날 때도 있고

불안함과 줄타기를 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기념일은 일일이 적어가며 챙겼고

내 상황이 타들어갈 때도

어김없이 타인을 먼저 생각했다.


주거니 받거니.

정산이라도 하듯

생일이면 쏟아지던 기프티콘들.

그 안에 담긴 것이 마음일까

아니면 의무였을까?


그땐 몰랐다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을 줄은.


새파랬던 날들을 지나고 보니

점점 흐려지다가

심지어 지워지는 관계들과 마주한다.


덜컹-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다.


낯선 상황에 거부감이 들지만

이 또한 배워야 하는 과정이라면

서툴지만 배워야겠지.


그렇다고 지난날들을 후회하지는 말자.


'함께'라는 시간 동안

정을 누리며 마음도 자랐을 테니.


사랑에 굶주린 나를 키운 지분이

그 함께가 팔 할 일 테니.


감사합니다.


닿을 길 이 남아 있다면

그저 감사뿐이기를.

조금 아리고 쓰려도

두 손 모아 고마움으로 아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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