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잔으로 하는 첫 태교
이제 임신 중기가 되자,
주변에서 하나둘 태교 이야기를 꺼낸다.
"이제 아빠도 태교 좀 해봐야지?"
"태교, 해주고 있어?"
검색창에 '태교'를 쳐봤다.
음악 태교, 오감 태교, 명상 태교, 운동 태교…
어쩐지 다 좋아 보이고,
다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막막했다.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하지?
'.. 피곤한데... 내일 하지 뭐.'
숙제를 내일의 나한테 미루고
침대에 누웠다.
아내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오빠, 이제 콩알이도 소리 들을 수 있데
부담 갖지 말고 아무 말이나 해봐."
막상 멍석이 깔리니 아무 말도 안 나왔다.
분명 눕기 전까지 태교를 검색했는데..
아내의 배만 멀뚱히 쳐다봤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말해봐~"
아내의 말에 마음을 다잡고,
친구한테 말하듯 시작했다.
"콩알아, 아빠 회사에
A부장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말이야...
그 사람은 정말...사람이 아니야.
진짜 스트레스를 이빠... 아니, 엄청 받았어.
어..음...그래서 말인데
우리 콩알이는 그런 사람 되면 안 돼요~"
몇 초의 정적.
"... 오빠, 그건 태교가 아니야."
사실 말하는 중간에
잘못되었다는 것은 눈치를 챘다.
배에 대고 뒷담화한 건 나도 처음이었다.
그래서 빠르게 다음 태교인
음악 태교를 시도했다.
내 18번 곡,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을 핸드폰에 틀고
아내의 배에 살짝 갖다 댔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여보세요~ 왜 말 안 하니~(배 문질문질)"
밤 11시에 생목으로 불러본 건 처음이었다.
아내는 침대에 누워,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게.. 태교야?"
"응. 어때 내 진심이."
또 뭔가 틀린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 밤은 괜찮았다.
콩알이에게 처음 건넨
조금 어설프고, 웃긴 첫 태교.
"콩알아, 잘 지내지?"
오늘은 이걸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