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치는 겉옷이 바뀌어 가을이 끝나가는 것을 알아챘다. 가을은 강렬했지만 그만큼 짧았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나는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한국의 여름은 너무 습해 짜증을 유발했고 춥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던 겨울이 더 좋았었다. 더운 것보다 추운 게 더 나았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캐나다의 겨울은 너무 길고 추웠다. 이 나라의 여름은 정말 활기차고 산뜻하지만 겨울은 삭막하고 뼈가 시린 바람이 불며 4월까지도 눈이 온다는 악명이 있었다.
그래도 캐네디언들은 그런 지독한 겨울을 즐길 방법을 찾아낸다. 공공장소 곳곳에 아이스링크장을 만들어 스케이트를 타고 눈이로면 언덕에서 썰매를 탄다.
하키는 이들의 소울 스포츠이다. 매해 겨울이 되면 이들은 하키에 열광한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이라면 우리가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듯 그들은 하키 하는 법을 배운다.
스키도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아이들은 스키나 보드를 타는 게 자전거를 타는 것만큼이나 쉬운 것이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나에게는 스케이트가 가장 익숙한 것이었다. 스케이트를 대여해 링크장에서 타는 것은 춥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스케이트를 타며 즐긴다 해도 이 겨울은 너무 길고 추웠다. 아무리 친구들과 따뜻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식당에 가서 따뜻한 음식을 먹어도 예전만큼 좋지 않았다.
내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때 깨달았다. 여름에는 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겨울은 할 게 너무 없어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나도 모르게 계속 여름과 겨울을 비교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후회 없이 캐나다를 즐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던 것 같기도 했다.
학원 친구들도 하나둘씩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 나에게 어쩌면 다른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벌써 여름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한국의 여름이 아닌 캐나다의 여름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