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 년의 마라톤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by 유호현 작가

오랜만에 아내와 대구 신천 둔치를 걸었다. 산책길은 늘 그렇다. 어디까지 갈지를 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멀어 보여도 결국엔 다 도달하게 되는 법.

날씨도 좋았고,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하필 왜가리가 추억의 미드 V의 다이애나처럼 쥐를 통째로 삼키고 있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포식을 마치고 가가멜처럼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외쳤다.


"왜가리, 대가리, 새대가리!"


아내는 "하지 마!" 하면서도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분노한 나를 왜가리가 무시했기 때문.

왜가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닝겐이여 가던 길이나 가시게.'


한참 걷다 보니 이 길이 시간의 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에는 '우주의 시간 줄'이라는 전시물이 있다. 우주의 나이 138억 년을 110미터의 선으로 표현해 놓은 전시물. 방문객들은 그 줄을 따라 걸으면서 자신들의 한걸음이 약 7000만 년 이상임을 이해한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1미터? 설마 1cm?

방문객들은 그 줄의 끝에서 아주 작은 점 하나를 발견한다. 그것이 110미터의 줄에서 인간의 역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하지만 그 긴 110미터의 줄도 언젠가는 우주의 점이 되겠지.

이 이야기를 듣고 아내가 말했다.

"그럼 우리 결혼 생활도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점 하나네?"

"그렇지. 그런데 사람들이 그 110미터의 줄을 왜 걷는 줄 알아?"

"... 그 점 보려고?"


맞아. 우리의 결혼 생활은 점 하나다. 긴 시간, 먼 우주 속에서 아주 작은 순간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점 하나를 향해 걸었고 서로를 만났다. 우리에게 우주의 역사는 이 점 하나를 위해 달려온 시간이다.


너도, 나도.


아내가 조금 센티해지며 말했다.

"우리, 달려오느라 고생 많았네."


이건 낮술의 기회다.

"그런 의미로... 평양냉면에 소주 한 잔?"


아내가 극대노했다.

"어림도 없는 소리. 이상한 소리. 한 대 맞을 소리!"


그 말을 듣고 보니 오늘 산책길의 장면이 떠올랐다.


왜가리, 대가리, 새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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