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샌드위치

샌드위치 세레나데

by 유호현 작가

나는 대구 남구 이천동에 산다.

이 동네에는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자신 있게 추천하는 곳은...

[sunny's sweet tooth] 샌드위치 카페다.

-대구 남구 대봉로 182 1층-

샌드위치를 잘하는 곳이 많겠지만 우리 부부가 느끼기엔 그렇다. 이곳은 압도적으로 맛있다.

맛을 표현하라면 할 수 있을 것이나 이곳만큼은 그냥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또 오게 될 것이다!"


우리 부부는 이곳에 같이 식사하러 가는 지인들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세워두었다.

절대 즉흥적으로 ‘여기 갈래요?’라고 말하지 않는 것.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들.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약속’해서 가는 곳.

그래서 이곳만큼은 예약해서 간다.

그게 인생 샌드위치의 셰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같이 갈 사람들의 리스트를 작성했다.

아직 약속은 못 잡았지만 현재까지 4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이름이 적혔다.

100명을 넘길 수 있기를 바란다.


이곳에서 식사한 사진만 따로 모아두면 관계의 역사가 보인다는 사실에 괜히 설렌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향기와 웃음이 전시된 역사박물관을 사진첩만 펴면 방문할 수 있는 것이다.


장인어른은 세 자녀 중 둘째였던 아내를 '샌드위치'라고 나에게 소개하셨다.

둘째라서 자기 것을 확실히 챙긴다고 말씀하시던 날은 웃었고.

중간이라 이리저리 치이며 컸다고 하실 때는 눈물을 글썽이셨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샌드위치였던 아내는 '내 것'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한 편이다.

자신의 몫을 확실히 챙기고 뺏기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물건도 소중히 여긴다.

아내는 어린 시절 쓰던 일기나 편지, 학교 노트와 다이어리 등을 가지고 있다.


아내의 중학교 한문 노트 및 다이어리, 달력 모음 일부

그중에서도 가장 속 썩이고 때론 거추장스러운 것. 17년 된 중고인 나를 가장 아낀다.

내가 기분 나쁜 말을 좀 들으면 나보다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오히려 내가 말려야 할 지경.

아내의 목소리가 떨리며 속상해하는 모습. 사실은 걱정해야 하는데...

난 그게 너무 고맙다. 미안한데 행복하다.


그러고 보면 엄마도 물건을 참 소중히 다루었고 오래된 것들을 잘 관리하셨다.


'호현아. 물건을 소중히 여기면 사람도 소중히 여긴단다.'


엄마가 자주 해주던 말씀이다.


공교롭게 엄마도 11명의 형제들 중 6번째였다.

두께가 좀 있는 샌드위치였다.

자신의 것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엄마가 나를 계모에게 뺏겼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까.


어린 시절 나는 게임에 소질이 없었는데 오락실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계모가 나한테 용돈을 잘 주지 않아 구경만 할 때가 많았다. 그걸 친구 딸에게서 전해 들었을 때 엄마는 그렇게 가슴 아팠다고 한다. 그 여자는 뭘 하길래 100원도 주지 않냐고.(엄마의 밀정 참조)

난 엄마에게서 늘 도망 다녔지만 멀리서 보던 내 힘없는 표정 하나에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학교에서 손바닥 맞았다는 이야기를 친구 딸이 전해주면 분통이 터지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희망을 품었다.

그래서 엄마가 조금 편해졌을 때, 오락실 갈 돈 좀 달라고 했다가 등짝 스매싱을 당했다.

엄마는 그날 딱 한번 손찌검(?)을 하셨다.


내가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이유는 미각이 아니라 지각(知覺)에서 찾아야 하나보다.

맛을 아는 감각이 아니라 사랑을 알아차리는 능력. 그게 음식에 대한 사랑까지 이어졌나 보다.


현재 아내가 내 편을 들어주고,

과거 엄마가 날 기다려주고.

현재와 과거의 사랑이라는 부드러운 빵 사이에서 나도 샌드위치가 된다.

후천적 샌드위치인 나도 이제 제법 내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한 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대가 회사 점심시간.

무척이나 아내가 보고 싶다.

물론 엄마도.

매우 많이.


부드럽고 단단한 시간의 빵 사이에, 속절없이 흔들리던 내가 채워져 간다.

과거와 현재, 미안함과 고마움, 기다림과 편들어줌.

그 속에 포개진 인생 최고의 맛이다.


이런 샌드위치라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오게 될 것이다!"



다음 편은

[엄마보다 한 살 많은 오빠가 되었다]

브런치북 마지막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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