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돈 주고 사 먹어?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네!" 1997년, 미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페트병에 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당시에 나는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Arrowhead社의 사장은 봉이 김선달의 후예가 분명할 거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아직도 유리병에 음료를 판매하던 시절이다. 오렌지 주스를 유리병에 팔던 시절이었으니 플라스틱 생수병은 생소했다.
내가 어릴 적에는 엄마가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을 주전자에 받아 팔팔 끓여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두셨다. 더운 날 학교 갔다 와서 꺼내 마시던 시원한 둥굴레차가 기억난다. 지금의 나는 2L 생수병 세 병을 찰랑찰랑 주전자에 넘칠 듯이 부어 보리차를 끓인다. 20여 년 사이에 바뀐 식수 문화다. 수도꼭지를 틀어야만 얻을 수 있던 물을 이제는 정수 과정을 거쳐 페트병에 포장해 판매한다. 페트병의 발전은 우리가 물을 가볍게 휴대하는 식수 혁명을 일으켰다.
사람은 물 없이 못 산다. 그래서 자꾸만 더 쉽게 물을 얻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손잡이만 올리면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이전에는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썼다. 펌프는 마중물을 붓고 이마에 땀이 나도록 한참 휘저어야 물이 찌질찌질 나오기 시작한다. 펌프를 사용하던 시대에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수도꼭지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을 것이다. 펌프 이전에는 집에서 먼 우물까지 가서 물을 길었다.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마을 우물까지 갔다 오기를 수없이 반복할 것을 생각하니 내 팔다리가 다 아프다. 우물까지 물을 길으러 다니려면 큰 노동이 따랐는데 집안에 설치된 펌프는 멀리까지 가는 수고를 잊게 해 준 고마운 선물이었으리라. 이처럼 우리는 물을 더 쉽게 얻기 위해 무던히 애써왔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원래 당연하지 않았다. 우리의 할머니가 지금 우리 나이에 물을 얻던 방식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손을 뻗으면 마실 수 있는 생수를 상상조차 했을까? 미래에는 어떻게 물을 마실까? 수분 만 배를 함축한 알약이 나올까? 우리 삶에 너무나 당연해서 소중한지 몰랐던 것들의 역사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