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다가...
우리는 운동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조용히 떠나보내기도 합니다.
이 글은 그 흔한 이별,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을 수 있는 한 순간에 대한 기록입니다.
‘수영’이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인연들, 그 물속의 시간들을 기억하며 씁니다.
처음엔 어색했다.
말없이 샤워하고, 각자 물에 들어가 조용히 연습하던 사이.
수영이라는 게 원래 그런 운동이다.
서로 등을 보며 헤엄치고, 물속에서 앞사람 발만 보다 물 밖으로 나오면 각자의 거친 호흡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어느새, 그 조용함 속에서 한 레인을 돌다 눈이 마주치고,
비슷한 템포로 나란히 헤엄치게 되고,
수업이 끝나면 "고생하셨어요"라는 인사가 오갔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함께 수영하고 있었다.
수영장에서의 팀워크는 말보다 깊다.
물속에서는 긴 말 대신 출발 신호 하나로 마음을 나누고,
끝을 찍는 손끝까지—힘겹게 미션을 완수하며 서로를 응원한다.
말은 없어도 서로를 믿고 있다는 감각,그 감정이 물속에서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들과의 마지막 대회를 함께할 수 있어 참 기뻤다.
끝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니 말이다.
그들의 마지막 입수, 마지막 터치, 마지막 웃음.
운동이라는 게, 낯섦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힘이 있는 만큼—
헤어짐은 더 갑작스럽고, 더 깊이 남는다.
그래서일까.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새로 온 사람들에게 무뚝뚝해진다.
처음엔 나도 그랬다.
"왜 이렇게 선을 긋지?" 의아했지만,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괜히 마음 줬다가, 못 보면 허전하니까.
정든 만큼, 떠날 때 더 아프니까.
수영이란 건 결국,
같은 물에 들어가고, 비슷한 속도로 나란히 떠 있다가,
각자 다른 온도의 일상으로 다시 흘러가는 일이다.
잠깐 스쳐간 인연 같아 보여도,
레인 하나 함께 썼다는 건—
그 사람을 내 하루의 일부로 기억하게 만든다.
그러다 어쩌면,
다음 대회에선 서로 다른 팀 모자를 쓰고
맞은편 레인에서 나란히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그때도 웃음이 날 거다.
"어이, 오늘은 적이네?"
그래도 좋다.
이렇게 좋은 적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