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여든에는, 향기 나는 어른이고 싶다 3

꿈꾸는 어른의 모습_마음의 향

by 수아롬

사소한 표정, 말투, 눈빛에도 그 사람의 결이 배어 있습니다.
‘삶의 향기’를 돌아본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말보다 깊이 전해지는 온기,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향기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마음의 향기 _표정과 기운으로 전해지는, 말보다 깊은 메시지


‘나이가 들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병원에는 80대 어르신을 50~60대 나이 든 자녀가 모시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중엔, 은은하고 맑은 기운이 자연스레 감돌아, 편안하게 마음을 다독여주는 분들이 계신다.

세월이 깃든 주름 사이로는 부드러운 결이 흐르고, 인자한 눈빛에서는 뭉게구름 아래 잠시 머물다 간 햇살 같은 포근함이 배어 나온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분처럼 나이 들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반면, 화와 짜증이 말투와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진 분들도 있다.

첫마디부터 베일 듯이 예민하고 불만이 서린 눈빛을 마주할 때면, 감정은 어느새 오물로 뒤덮인 쓰레기통처럼 뒤엉켜 일그러져 버린다. 울컥해지는 마음을 애써 눌러보지만, 어느새 하기 싫은 숙제를 꾸역꾸역 해내는 아이처럼 미성숙한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나쁜 기운은 공기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버리고 만다.

전부는 아니지만, 상대의 아픔을 조금은 알기에 주춤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상담을 이어간다. 하지만, 집중은 좀처럼 되지 않고, 머릿속엔 잔뜩 가시가 돋아 커다란 공처럼 빵빵하게 부푼 복어가 자꾸만 오버랩된다. 나이 든 사람의 얼굴에 스며든 가시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측은지심을 일으킨다.

함께 온 보호자의 표정과 분위기 역시 부모를 꽤 닮아 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의 결이 긴 시간 함께 하며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인지라, 두 사람의 가시 협공이 펼쳐질 때면 아찔하다.

그럴 때면 곤두박질쳐 버린 가슴 한끝에서 연민을 겨우 끌어올려, 한숨을 달래어 본다.


문득, 언젠가 엄마의 일기장에서 본 글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참 밝은 분이셨다.
옛날에 사람들이 일하러 오면 그 집 아이들까지 불러다 전부 밥을 먹이셨고, 저녁밥을 먹은 후에도 큰 밥그릇에 한 그릇 더 얹어 주시곤 했다.”
초등학교 동창애가
“너희 어머니는 참 인자하셨어. 그 시절에 너무 감사했었지.”라고 말해주던 기억도 떠오른다.


외할머니를 떠올릴 때면, 자작나무 한 그루가 그려진다.
하얗고 곧으며,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줄기. 결이 곱고 속이 맑은 나무처럼, 외할머니의 성품은 곧고도 투명했다.

단지 인자한 분이 아니라, 곁에 있는 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말없이 품어 안는 따뜻한 기운으로 기억된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바닥을 데우듯, 외할머니의 온기는 나에게도, 엄마에게도, 이웃의 마음에도 스며들어 긴 세월 동안, 조용히 따뜻하게 살아 숨 쉬었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자애로운 눈빛. 단단하면서도 다정했던 그 결을 닮고 싶어, 나는 지금도 문득문득, 그렇게 나이 들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조심스레 다짐하게 된다.

훗날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말보다 먼저 마음의 따뜻한 향기로 기억되기를.

나를 위해서도, 내 가족과 아이를 위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조용히 감싸주는 어른이 되자고.

무심코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어른은 되지 않기로.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


가장 사랑했던 외할머니.

지금도 눈을 감으면, 곱게 빗어 넘긴 단아한 모습 위로 고요히 머문 미소가 향기처럼 피어올라 나를 감싸주는 듯하다.

세월 너머에도 여전히 마음에 머무는 사람. 나도 그렇게, 향기로 남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내 나이 여든에는


내 나이 여든에는 무엇보다
말이 곱고 고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목소리에는 시간이 빚어낸 울림과 지혜가 머물러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일 수 있었으면 한다.


겉모습은 조심스럽되,
누구든 옆에 있으면 편안해지는 분위기를 담고,
정중하지만 따뜻하고,
기품 있는 단정한 옷차림에 은은한 향기를 품은 채

주위에 맑은 기운을 전할 수 있는 어른이면 좋겠다.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 지혜를 묻고 싶어지는,
온화함과 따뜻함이 배어 있는 얼굴.
배려할 줄 알고,
아낌없이 베풀 줄 알고,
새로운 것을 향해 배우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
실수가 있다면 기꺼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줄 아는 용기 있는 노인.


그래서 오래도록 귀한 향기로 기억되는 어른이고 싶다.




그동안, 세 편의 ‘꿈꾸는 어른의 모습’과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생활 속 작은 정성에서,

삶을 대하는 적극적인 태도에서,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마음에서

당신만의 향기가 은은히 퍼져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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