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26 시작 01화

26살 결혼하기 어때?

내가 선택한 사람.

by 쏜맹

26을 한 달 남겨둔 그 해 12월


나는 20살부터 만난 그 남자와 결혼을 하기로 했다. (첫사랑이다. 하지만 나는 애순이가 아니지..) 멋들어진 프러포즈는 아니었지만 프러포즈도 받았고 여전히 사랑하고 (불같은 사랑은 아니었지만.. ) 같이 사는 게 더 좋을 거란 생각에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내가 제일 많이 들은 얘기는 "설마? 임신?" 사람들이 봤을 때 26은 아직 덜 컸는데 실수를 저질러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나는 안동에서 태어났고, 대학교는 구미에서 다녔고, 직장은 대구에서 다녔었다. 그러고 결혼을 하고는 대전에서 살게 되었다.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었다. 남편이랑 오래 만나기도 했고, 다행히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 결혼 후 크게 싸운 일도 많이 없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대전에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었고 꽤나 만족스러웠다.


통닭하나에 맥주를 먹었던 그 시간들, 또 주말아침 11시에 침대에서 슬 일어나서 같이 다시 소파에 눕고 티브이를 켜고 다시 잠들고 깨고를 반복하다가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같이 보았던 그 시간들.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웠던 거 같다. 고민보다는 즐거움이 더 많았던 시절.


남들은 가끔 그렇게 얘기한다.


"너무 일찍 결혼해서 혼자만의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서 서운하지 않아?"


서운? 솔직히 그런 느낌은 받지 못했다. 뭐랄까 나는 사람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다. (기생충까지는 아니길..) 한자로 사람 인을 써보면 스스로 서있는 느낌의 작대기 하나에 슬쩍 기대 있는 작대기가 하나 있다. 서로서로 기대어 살아간다는 의미겠지만 나는 그중 항상 슬쩍 기대고 있는 작대기의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다.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만 기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철없는 사람이다.

20살 전에 부모님이 많이 바빴다. 농사를 지으시는 엄마 아빠는 아침시간에는 항상 볼 수가 없었고, 저녁에 잠깐 보고 그 마저도 중학생이 되고 나니 버스를 타고 중학교를 가야 해서 언니와 동생과 시내에 자취를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주말에 가끔 보는 사이가 되었던 거 같다. 그렇지만 엄마 아빠와 사이가 좋았다. 그렇게 대학을 가고 학기 중엔 남자친구(현 남편)와 시간을 보내고 방학에는 언니가 있는 대구에서 같이 지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언니가 살고 있는 자취방에 월세를 내며 같이 생활했다. 언니와 나는 성격은 몹시 다르지만 생각은 비슷했고, 좋아하는 것 (소주, 맥주..)도 비슷해서 자매였지만 자매보다는 친한 친구 같은 사이로 재미나게 지냈던 거 같다. 결혼을 하면서 대전에 살게 되고 즐거운 결혼생활과는 별개로 사실 나는 언니를 걱정했던 거 같다.


어쨌든 나는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최근에서야 혼자서 잘 노는 법을 배우는 늦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당시 나에게 젊다는 것도 혼자만의 생활을 지낸다는 것도 큰 메리트가 아니었던 거 같다. 일찍 결혼을 해서 빨리 안정을 가진 케이스인 듯하다.


엄마는 내가 결혼을 하고 2년쯤 지났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결혼 생활에 대한 나름의 생각이 있었는데, 너랑 이서방 사는 거 보면 이렇게 예쁘게 결혼생활을 할 수도 있구나라고 많이 느껴"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이 너무 눈에 보여서 보면 기분이 좋아"


엄마는 7남매의 장남 집, 그것도 가난한 농촌의 장남의 집에 시집을 왔고 시부모님은 물론이고 시동생들까지 함께 생활하는 그 집에서 26살의 엄마는 장남의 며느리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엄마랑 같은 나이에 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많이 울었다고 했다. 본인의 힘들었던 결혼생활이 생각이 나서.. 그렇게 아깝다고 느꼈던 내 딸에게 잘해주는 이서방을 봤을 때 엄마는 많이 기뻤다고 한다.


결혼을 하기에 26살은 어리다면 어리고 아니라면 아닐 수 있는 나이겠지만, 나는 그 나이에 결혼하길 잘한 거 같다.(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기엔 늦었..)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인생에서 좀 더 일찍 선택한 것. 그게 26살의 내가 제일 잘한 일이 아닐까 싶다.


아직까지는 그 선택이 옳았다고 믿는다.


여전히 나는 사람인의 기대어 서있는 작대기를 맡고 있지만 이젠 스스로 서 있는 작대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의 가족들이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에게 기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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