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카세트에게

카세트는 마치 타임머신 같아서...

by Tempy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명 "상친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유명한 대만 드라마 "상견니".

상견니는 타임슬립 장르로 우바이의 "Last dance"를 특정 카세트테이프로 들어야만 과거에 자신과 똑같은 얼굴은 하고 있는 사람 몸으로 타임슬립을 할 수 있다.


평소 아날로그, 레트로를 상당히 좋아해서 카세트를 들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스토리에 한동안 푹 빠져서 나 역시 상친놈이 되어 상견니 세계관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었다.

mp3세대로 카세트와 많은 접점이 없었던 내가 급기야 카세트를 들어볼까? 하며 온라인에서 카세트 카페까지 가입해서 워크맨을 사고 카세트를 구해서 듣기 시작한 게 벌써 3년 전. 이제는 카세트가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어서 떨어질 수 없는 친구가 되었다.


카세트? 뭐가 그리 좋은데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항상 상견니의 한 장면을 이유로 꼽는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마치 타임머신 같아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멜로디를 따라서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는 대사가 카세트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카세트에는 스킵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 곡이 듣고 싶으면 기다리거나 열심히 타이밍을 생각하며 감아야 한다. 만약 듣던 부분에서 멈춰서 오랫동안 잊고 있다가 다음에 다시 재생시키면 그게 설령 10년 전이라고 하더라도 멈춰 놓았던 딱 그지점부터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카세트의 릴이 돌아가는 그 순간, 그날의 기분, 그날의 그때로 돌아가는 감동을 맛볼 수 있는데 그렇기에 나는 카세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타임머신이 아닐까.


카세트를 듣기 시작한 이후로 날이 좋은 날, 행복한 기분이 드는 날에는 카세트를 듣다가 가장 좋아하는 곡에서 멈추곤 한다. 그리고 나중에 미래의 내가 다시 한번 돌아와 그날의 기분을 맛볼 수 있도록 말이다.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마음이 조금 헛헛한 생각이 든다면 오늘부터 카세트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친애하는 나의 카세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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