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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나를 부른다~4

해바라기~태양을 향한 믿음

by 박영선


한여름 들판, 무수한 해바라기들이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 아래, 그들은 마치 하나의 신앙처럼 태양을 향해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믿음이란 무엇일까 생각했다.
빛을 좇는 일일까, 아니면 스스로 빛이 되려는 마음일까.


옛날, 태양신 아폴론을 사랑한 바다의 신의 딸 그리디아는
하루 종일 해가 떠오르고 지는 하늘만 바라보다가
결국 한 송이 해바라기로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해바라기는 태양을 향한 충성과 변치 않는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해바라기가 하루 종일 해를 따라 움직인다는 건 오해다.
성장기 어린 꽃대만 해를 좇을 뿐, 성숙한 해바라기는 이미 동쪽을 향한 채 하루를 보낸다. 그들의 충성은 움직임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 있다.


그래서일까. 해바라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이 겹쳐 보인다.



해바라기 / 윤보영


밤새 그립던 마음 감추다가
뒤돌아 본 해에게 들켜
고개숙인 해바라기 앞에서
내안의 그대를 생각합니다
얼마나 더 쫓아 가야
그대가 뒤돌아 볼까요.


그리움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움직임이 아닌, 끝내 한 방향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우리는 흔히 믿음과 사랑을 ‘향함’으로 이해한다.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고, 그를 중심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해바라기는 다른 길을 택한다. 한 방향으로 고정된 채, 묵묵히 빛을 받아들이는 존재.그 안에는 의지와 순종, 헌신과 체념이 공존한다.


움직이지 않아도 마음은 늘 해를 향하고, 기울지 않아도 그 자리에 서서 스스로의 태양을 품는다. 이것이 어쩌면 인간의 신념과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끝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어디에 뿌리내리고 있는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성장일까, 아니면 멈춰 서서 바라보는 것이 성숙일까?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작은 화단에 심은 해바라기를 매일 바라보곤 했다.
꽃은 하루가 다르게 키를 키우며 하늘을 향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가 구름 뒤에 숨어도 해바라기는 여전히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어린 마음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해가 없는데 왜 그쪽을 보고 있지?”



이제야 알겠다. 그들은 해가 사라져도 ‘있다’고 믿는 존재였다. 그 믿음이 바로 뿌리의 힘이었고, 그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용기였다.


태양을 향한 그대의 얼굴,
어둠 속에서도 빛을 기억하는 마음이여~~~


해바라기는 해를 따르지 않는다.

그저 해가 있는 방향을 잊지 않을 뿐이다.


삶도 그렇다. 우리가 늘 움직이고 변해야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한 방향을 잊지 않고 서 있는 일, 그 자체가 가장 깊은 충성이며 가장 단단한 믿음일지도 모른다.



영화 해바라기 주제곡~ (소피아 로렌 주연)

https://youtube.com/shorts/n4tbQ2L5wXY?si=H-E021YxEFNaIV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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