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알람도 꺼두었고,
전날 밤엔 “내일은 푹 쉬어야지”라는 다짐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오전 9시쯤 눈이 떠졌고,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 시간이면 출근 준비하고 있었을 텐데’
‘지금쯤이면 메일을 열고 있었겠지’
몸은 이불 속인데
머릿속은 일상 루틴을 따라갔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인데,
자꾸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커피를 내리고,
방 정리를 하다 말고,
간단한 메신저에 답장도 했다.
그렇게 오전을 흘려보내고 나니
마음 한편이 더 무거워졌다.
‘나는 왜 쉬는 날에 쉬지를 못하지?’
소파에 앉아서도 계속 핸드폰을 들여다봤고
TV를 켜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뭔가 의미 있게 보내야 할 것 같았고,
시간을 허투루 쓰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쉬는 날은 그냥 쉬어도 되는 날”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그 말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낯설었다.
나는 그동안
쉬는 날에도 스스로에게
이유와 성과를 요구해 왔던 것 같다.
‘그래도 뭐 하나는 해야지’
‘하루를 이렇게 보내면 안 되지’
하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을 잠깐 멈추기로 했다.
조금은 멍하게 있어도 괜찮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고
나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기로 했다.
쉬는 날인데 쉬는 게 어렵다는 걸
오늘에서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