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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의 이야기.

by 구름 위 기록자

"너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어?"


그 물음에 나는 식어가는 커피잔만 바라보았다.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 목구멍 끝까지 차오른 작은 꿈이 있었다.
그러나 졸음을 꾹 참는 아이처럼 그 꿈을 억눌렀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커피를 다 마셔버렸다.


며칠 뒤, 함께 일하던 선배가 물었다.
“구름 위의 기록자 씨는 꿈이 있어요?”


형식적인 대화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어린 시절이라면 금세 말했을 것이다.

외교관, 라디오 PD, 승무원.

그때는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이미 원하는 직업을 얻은 나는 어떤 꿈을 말해야 할까?


사실 마음 깊은 곳에는 늘 있었다.
언젠가 내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나만의 책을 내는 일.
하지만 ‘내가 무슨 자격으로?’라는 의심이 먼저 올라왔다.
그래서 결국 나는 “집 사는 거요!”라는 전혀 나답지 않은 말로 얼버무렸다.
그 순간 내 안의 로망은 다시 마음 저편으로 숨어버렸다.


왜 이렇게까지 꿈을 말하지 못할까?
자신감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 꿈이 진짜 내 꿈인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아서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의 질문 하나가 내 마음 깊은 곳을

조용히 건드렸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꿈은 정답처럼 단번에 말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이어가며 조금씩 모양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잘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끝에, 나는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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