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뭐예요?”
면접장에서, 소개팅 자리에서, 혹은 처음 만난 동료와의 어색한 침묵을 메우기 위해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다. 가볍고 흔한 대화의 시작. 그러나 나에게는 이상하게 무겁게만 느껴졌다.
운동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체육관 앞에서 늘 발걸음이 무거운 내가,
억지로 땀을 흘려야 겨우 개운해지는 일을 취미라고 부르는 건 어딘가 어색했다.
넷플릭스? 영화 감상? 좋아하긴 하지만 끝까지 보기도 힘들었다.
그저 시간을 메우는 소비에 가까웠다.
그런데 좋은 영화나 음악을 만난 날에는 이상하게 글을 쓰고 싶어졌다.
하루를 정리하는 짧은 문장, 마음 깊은 곳을 꺼내 적는 기록.
그렇게 ‘쓴다’는 일이 어느새 내 곁에 있었다.
비행을 하며 세계 곳곳을 다니는 건 특별한 일이지만, 내게 비행은 여행이 아니라 ‘일’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잠들고, 회복하고, 다시 이륙하는 반복.
몸보다 먼저 지친 건 언제나 마음이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호텔 방의 커튼을 반쯤 닫은 채, 고요한 방 안에 앉아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일기였는데, 일기는 감정의 기록이 되었고 기록은 문장이 되었으며,
문장 속에서 ‘나’라는 색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작은 기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적는 한 줄, 글을 쓰며 마시는 와인 한 잔,
심지어 슬픔마저 기록하면 잊히지 않는 장면으로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망설였다.
“글을 써요.”라고 답하면 곧바로 “어떤 글을요?”라는 질문이 따라왔기 때문이다.
내 마음 깊은 곳을 담은 일기장을 쉽게 내보일 수는 없었으니까.
그래서 글을 정리해 세상에 내보내기로 했다. 순간의 기록들이야 말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가장 솔직한 답이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나는 하루에도 수많은 생각을 읽고, 쓰고, 기록하며,
그 안에서 감사와 성찰을 발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누가 다시 묻는다 해도 머뭇거리지 않는다.
“저는 글을 씁니다. 하루를 다녀온 마음을 기록하고,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문장을 씁니다.”
글쓰기는 더 이상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가장 따뜻하게 비추는 한 부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