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2025.10.06
시조부모님 댁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친정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 내일 캠핑 갈 짐을 챙겼다. 창고에서 텐트를 포함한 캠핑용품들을 꺼내 차에 싣고, 저녁을 먹고 이것저것 챙기고 나니 너무 피곤했다. 그냥 쓰지 말고 잘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우선 뭐라도 써보자 싶어 브런치에 접속해 '글쓰기'를 눌렀다.
어제 시댁에서 자고 오늘 아침에는 시조부모님 댁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결혼 후 벌써 여섯 번째 명절, 세 번째 추석이라 이젠 시조부모님 댁에서 아침을 함께 준비하는 내 모습이 제법 자연스러워졌다고 느꼈다. 오늘은 시동생의 여자친구가 처음 인사를 드리러 온 날이라,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어머님과 내 곁에 선 그녀의 어색한 모습을 보며 첫 명절에 내 모습도 떠올랐다.
작년부터 많이 편찮으셨던 시할아버지께서는 힘든 치료들을 이겨내시고 지금은 안색도 많이 좋아지시고, 거동도 전보다는 나아지셨다. 예비 동서가 처음 인사를 왔던 오늘처럼, 나도 3년 전 시조부모님께 처음 인사를 왔던 때를 떠올렸다. 그땐 88세의 연세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정하셨던 할아버지께서 정말 하루아침에 건강이 나빠지셨다. 지금은 많이 회복하셨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쇠약해지신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결혼과 함께 '정'은 없이 시작된 관계였는데, 거의 명절과 생신 때만 뵙는 시조부모님과도 정이 들어버렸나 보다. 할아버지께서는 현재 말씀하실 때 발음이 잘 안 되셔서, 할머니, 아버님, 고모님 외에는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근데, 우리가 돌아가려고 일어선 순간 할아버지께서는 정확한 발음으로 '심심하니까 놀러 와'라고 하셨다. 그 한 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간신히 인사를 드리고 나와 우리 차에 타자마자 눈물이 터져버렸다.
"나 할아버지, 할머니랑도 정들었나 봐. 오늘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좀 더 찾아뵈야겠어."
후회 없도록 좀 더 찾아뵈어야겠다. 남편은 나에게 미안해서 말 못 하는 거 아니까. 내가 먼저 챙겨드려야지. 먼 훗날 우리 곁에 안 계시게 되는 날, 남편이 후회하지 않게. 그리고 후회하는 남편을 보며 나도 후회하지 않게.
이제 진짜 내 가족이 되셨나 보다! 남편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라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