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빗방울 전주곡
쇼팽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중적인 작곡가입니다.
맑은 화려함의 선율은
그야말로 낭만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죠.
그의 음악을 일부러 찾지 않아도
광고, 영화 등 삶 곳곳에서
우리의 귀로 제 발로 찾아오고는 합니다.
그가 창조한 춤추는 음표들은
귀를 사로잡는 서정적인 선율을 만들어내죠.
달콤함, 그리움, 초조함, 고독감처럼
그의 곡은 ‘사랑’을 둘러싼
다양한 감정의 모습을
진하게 담아내고 있어요.
글이든 예술이든
행위자의 축적된 경험이
고스란히 반영되기 마련이죠.
쇼팽 특유의 곡 분위기를
자아내는 배경에는
상드와의 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쇼팽과 상드,
이 둘은 요즘 표현을 빌리지만
에겐남과 테토녀의 조합 같다고 할까요.
쇼팽은 유약하고 섬세한 성격이었고
상드는 독립적이고 강인한 면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남녀는 무려 9년간
함께 하게 됩니다.
결말은 새드 엔딩이었지만은요.
‘빗방울 전주곡’은
쇼팽의 상드에 대한
애절함과 그리움이 짙게
묻어나는 곡입니다.
https://youtu.be/pCx5g4FnAXU?feature=shared
이 곡의 배경으로
유명한 일화가 있죠.
상드는 몸이 아픈 쇼팽을 뒤로하고
쇼팽의 식료품을 사기 위해 외출하게 돼요.
그러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집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상드는 집에 돌아가기가 어려웠어요.
집이 외딴섬에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연락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쇼팽은 몇 시간째 돌아오지 않는 상드를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기다리죠.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쇼팽은 자신의 마음을
피아노 선율에 담아 표현합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 위로
그리움의 감정이 흐릅니다.
그리움은 이내
걱정과 두려움이 되죠.
사랑하는 그녀가
내리는 빗속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선율 속에 꾹꾹 눌러 담아 표현합니다.
곧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지만
절제된 깊이를 보여줍니다.
감정을 쏟아내는 듯하면서도 아닌 듯한
애매함이 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걱정이 되긴 하지만
기다리다 잠들거든요.
쇼팽은 상드를
정말 많이 사랑했나 봅니다.
물론, 쇼팽의 상황적 맥락을
같이 봐야 해요.
쇼팽은 많이 병약했어요.
사람이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잖아요.
그러면서 더 사람의 숨결과 온기를
그리워하게 되고요.
아이도 아프면
엄마를 더 찾게 되는데,
아픈 쇼팽에게
상드는 사랑 그 이상의
위대한 의지적 존재였던 것 같아요.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제 삶의 의지적 존재는
누구일까 생각해 봤어요.
과거를 반추해 보니
저는 엄마에게 의지하기는 했지만
깊게 의존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힘든 일이 있어도
좀처럼 입 밖으로
그 일을 내뱉어
굳이 말로 만들어내지 않았고,
혼자 끙끙 앓거나
오히려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었어요.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마라.‘라는
책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아주 작은 일이 걱정의 눈덩이처럼
커졌을 때,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어쩌면 저의 의지적 동반자는
책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도 역시 책을 통해
다채로운 삶을 간접 경험하고
삶의 지혜와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어서,
여전히 제가 의존하는 존재인 거 같습니다.
아이와 남편 역시 빠트릴 순 없어요.
아이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제 삶을 지탱해 주는
단단한 존재입니다.
저는 아직도 집에서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하는 우스꽝스러운
40대인데요.
남편이 출장 갔을 때
옆에서 쿨쿨 자고 있는 아이가
그 존재만으로도 참 의지가 되더라고요.
또한, 제 남편은 똑똑한 해결사예요.
머릿속에 모든 매뉴얼이 다 있죠.
저는 문제해결력이 부족한 사람인데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남편부터 떠올리게 돼요.
그래서 정답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제가
문제해결사인 남편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두렵고, 어려움에 봉착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의 선율에
나의 위대한 존재들에 대한
상실을 대입해 보니,
곡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그의 불안, 고뇌, 절망, 상실감에
깊게 공감하게 됩니다.
여러분 삶의 의지적 존재는 누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