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남편이 말했습니다.
“이 곡 라흐마니노프 아니야?”
듣자마자 누구의 곡인지 알다니?!
뜻 밖이어서 놀랐어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드디어 찾았네요.
둘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왕년에 ‘노다메칸타빌레’를 즐겨본 그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계 후기 낭만주의 음악가입니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쳤고,
키도 크고 손도 완전 커서
열두 음을 한 번에 누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피아노곡들은
리스트의 곡처럼 화려하면서도 난도가 높아
전공자도 연주하기에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아름답고 다채로운 위로의 명곡을 남겼죠.
그렇지만 이러한
위대한 거장에게도
‘삶의 위기’가 있던 적이 있습니다.
1897년, 그가 야심 차게 발표한 교향곡 1번은
오늘날로 치자면
수많은 악성댓글을 받았습니다.
작곡가의 자존심을 건드릴만 한
혹평이 쏟아졌고,
더 이상 그는 작곡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의 멘털은 그야말로 너덜너덜 해졌습니다.
그 후 그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고 해요.
정말 다행히도,
우울증을 치료해 주는 훌륭한 의사를 만나
그는 다시 작곡을 시작할 힘을 얻었습니다.
치료를 통해 그는 변화했고,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하였죠.
좌절을 딛고 탄생한 곡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고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요.
https://youtu.be/YviN1tuXbzc?feature=shared
그래서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한 사람의 부서진 내면과
다시 살아나려는 굳은 의지가
어우러져 천천히 스며듭니다.
어둠과 불안, 긴장, 무거움에서 시작하여,
점차 편안해지고, 고요해지고 따뜻해지며,
마침내 희망과 삶의 의지,
기쁨과 환희가 느껴져요.
특히 1악장에서
감정의 스펙터클함을 많이 느꼈는데요.
한 편의 영화처럼
라흐마니노프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습니다.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피아노로
복잡한 내면의 응축된 감정을
폭발시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이 음악이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가 라흐마니노프의 삶과
멜로디에 담긴 드라마틱한 감정에
공감할 수 있어서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삶도 항상 고요하거나 평탄하지는 않죠.
모든 삶에는 작고 큰 실패, 상처, 위기가 있고,
그것을 슬기롭게 극복해 가며,
더 나은 방향성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라흐마니노프의 삶처럼 말이죠.
그래서 이 음악을 들으면
제가 실패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 후
도서관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를 하며
국가시험 준비를 했었어요.
결과는 2년 연속 낙방이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는 느낌이었어요.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되지 않을 싸움에 덤빈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더 이상 공부를 지속할 힘이 없어서
그냥저냥 취업을 했습니다.
원하던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참 좋은 직장 동료들을 만나
즐거운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평일에는 회사 생활을,
주말에는 공부 생활을 다시 시작했어요.
사람마다 때가 있다고 하죠?
저는 그때가 저의 ‘때’였나 봐요.
준비했던 시험에 기적처럼 합격해서
지금은 원하던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다르긴 하지만요.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를 확인했던
기쁨과 환희의 순간을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실감 났어요
앞날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