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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별후애2 08화

애틋한 미움

스쳐 지나갑시다.

by 유은


나는 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의 감정은 미움이지만, 어쩌면 그 미움 자체가 너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다. 결국 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절망이고, 처음으로 내 마음의 붕괴를 느끼게 한 사람이지만, 내가 무너지는 동안 너 또한 무너지지 않았을 거란 확신이 없으니. 이 애틋함을 지우기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 그래도 미움과 원망이라는 철없는 감정의 요동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일 뿐이다.


잠시 스쳐 지나간 네가 남긴 절망의 크기만큼, 아니 어쩌면 더 많은 것을 나에게 준 걸 알고 있어서, 나는 다시 돌아간다 해도 너를 다시 한번 스치기를 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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