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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별후애2 11화

너가 모르는 나의 모습으로,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볼게.

by 유은



나는 대체로 긴 머리를 유지했다. 그러다 애매한 길이에서, 널 처음 만나기 전, 내 인생에서 가장 짧은 머리를 하고 너를 만나러 갔었다. 무슨 우연인지, 신기하게도.


널 만나 어색한 침묵 속에서 나는 어제 머리를 잘랐다고 말했다. 칼단발 정도는 해봤지만, 숏컷에 가까운 머리는 처음이라며, 어색하게 머리를 만지면서 잘 어울리냐고 물었었다.


너는 웃으며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거냐, 혹시 무슨 일 있었냐 (웃음).“ 그리고는 너무 잘 어울린다고.

그 웃음 속에서 난 잠시 멈췄었던 것 같다.


머리가 이제 다시 긴 머리에 가까워져 자르려 했지만, 나는 예전처럼 길게 길러보기로 했다. 넌 평생 보지 못할 내 긴 머리를, 그저 한 번 길러보고 싶어서. 넌 절대 모를, 눈에 담지 못할 내 모습으로 한번 살아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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