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편지
“ 너 때문에 참 많이 고생했고, 속상하고 힘든 날도 셀 수 없이 많았어.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너 없었으면 내 인생은 이렇게 충만하지 못했을 거야. 네가 있어서 힘들었던 날들도 의미가 되었고, 외로웠던 순간들조차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 내 구멍을 네 존재로 채운 기분. 끝나고 나서야 알았어.
그런데 넌 날 만나는 내내 혼자 있는 느낌을 견뎠을 거란 생각에 무너졌어. 네 아픔을 내가 얼마나 힘들어했는데, 다른 사람이 너에게 남긴 상처를 내가 얼마나 원망했는데. 그런데 결국, 내가 너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숨이 막히더라.
난 너 덕에 이렇게 채워졌는데, 너 편이라면서 너의 사람들을 원망했던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게 참 빡세.
그리고 이런 어려움을 네가 없어진 후에야 비로소 느낀다는 사실도 한심하게 느껴져.
그래도 나도 정말 많이 버텼어. 하지만 너 옆에서, 너가 원하는 모습대로 있어주지 못했던 후회는 피할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