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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별후애2 15화

내가 모르는 네 모습

끝의 무게

by 유은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어. 제일 궁금한 걸 하나만 꼽으라면 이 질문일 것 같아서 글로 남겨. 그렇게 사랑한다고, 죽을 것 같다고, 힘들다고 했던 게 정말 모두 연기였던 거야? 아니면 끝나자마자 내가 느낀 건 진짜 감정이 아니었구나,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구나 하고 쉽게 정리된 거야?


혹시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나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면 우리 조금 구질구질했어도 됐잖아.


그런데 너는 우리의 사랑에 대해 그렇게 장황하게 말해놓고, 혼자 쏙 빠져버렸네. 너무나 진심이었던 나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남겨진 나는, 혼자인 나는.


이게 복수였을까. 끝나자마자, 우리 관계가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면 그 말이라도 한 번 해주지 그랬어. 나, 너 좋아하지 않았어. 그냥 잘 살아. 그저 꾸며낸 걸로 생각하고 살아. 그렇게라도 정리할 수 있게.


뭐가 있는 것처럼 하지 말지. 진심이었던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끝의 무게를 주는 게 제일 잔인한 거야. 그거 꼭 알아야 해, 너.


이제는 넌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야. 그냥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마음 편해. 넌 내가 모르는 사람. 평생 나 없이 살아왔던, 내가 모르는 너로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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