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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별후애2 17화

잠깐의 교차

였을 뿐일지도.

by 유은


이 정도면 꽤 괜찮다는 건, 예전 같으면 무턱대고 흔들렸을 내 기준의 잣대에 이제는 기분이 좀 나쁘더라도 굳이 대꾸하지 않을 정도의 단단함이 생겼다는 것이 아닐까.


한순간에 시작될 진짜를 위해 소모되는 것들에 아까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 나의 것을 쉽게 깨뜨리지 않는다는 것.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내어 보완하거나 조용히 입을 다물 줄 안다는 것. 인생은 앞으로 흘러갈수록 고칠 수 있는 시간을 지나가는 것이기에.


정말 노력했다면, 그걸 타인의 기준 잣대로 재단하며 흔들리지 말고 솔직하게 나에게 대답할 것. 비록 부적절했더라도, 네가 살이 뜯기는 고통을 정말로 느꼈다면, 내 것이면 결국 나에게 돌아올 것이고 아니라면 스쳐 지나갈 것이니까. 스쳤다고 해서 다 나의 것이 아니니까.


그 잠깐의 겹침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한다. 너무나 춥고 외롭고 힘든 그 자리에 얽혀 있을수록, 내 것이 아닌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수록, 진짜 나의 것들이 아깝게 소모되어 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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