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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이별후애2 20화

감당하기 어려운

*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버거운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by 유은

사람에 대해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을까. 물론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어느 정도 표면적으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다만 좋은 사람이 나와 안 맞을 수 있고, 나쁜 사람이 나와 잘 맞을 수도 있다. 함께 있을 때 즐겁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맞는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사람을 가렸다. 연인 관계에서는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되지만, 그저 놀고 시간을 보내는 관계에서는 단순히 ‘함께 있을 때 즐겁냐, 아니냐’가 전부였다. 물론 그런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경우, 끝은 대체로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20대 초반처럼 사람을 가려가며 살던 때보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나며 살아가는 지금이 훨씬 낫다. 그게 나를 파괴시키지 않고, 오히려 폐쇄적인 곳에 가두지 않게 한다.


너무나 버거운 사람이 있다. 감당하기 어렵고, 상처가 많은 게 보이고, 스스로 다 안다고 믿지만 사실은 꼬여 있는 부분이 많은 사람. 하지만 그런 사람을 보며 나를 반성하게 된다. 나도 저런 순간이 있지. 저런 건 절대 하지 말아야지. 이런 걸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어리석게 살아갈 것이다. 아,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구나—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그럼 나에게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확실하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내 연인이 아닌 이상, 기대하는 법이 없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개인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못마땅한 사람이 있을 때도 있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깔끔히 사과한다. 일머리가 특별히 좋진 않지만, 똘똘한 편인 건 맞는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대부분의 문제는 기대에서 온다.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기대를 한다. 그게 틀어짐의 시작이다. 나는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마음속 기대는 거의 없다. 다만, 그 기대를 연인에게 전부 쏟는다. 그래서 나는 연애에서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물론 나에게는 명확한 장점이 있고,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그 사람들도 나의 무게에 결국 지쳐간다.


내가 사랑하진 않는, 버거운 사람을 보며 배운다. 나는 그에게 저런 존재였을까.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완전한 타자의 시선에서 깨닫게 된다. 그 경험을 통해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 나를 비추어 보고, 말을 아끼고 거리를 두는 법을 배운다면, 이미 한 단계 앞선 것 아닐까.


자신의 세계에 갇힌 사람들은 언제나 타인을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자신이 얼마나 버거운지를 모른 채 그 안에 머문다. 혼자 있는 게 좋지만, 이렇게 시간을 들여 배우는 시기가 분명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로 내 주변이 채워져 있을 것을 바라면서, 내 옆의 사람에게만 기대를 쏟는 대신 그 기대를 조금씩 분산하며 살고 싶다. 누구에게든, 버거운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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