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정신의 보고서 - 육아에세이 02
누군가의 시어머니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자기도 이유식 만든 거 싱크대에 버려요?
그거 애 엄마가 먹으면 되잖아요."
그렇다.
남은 이유식을 싱크대에 버려야 하는가,
애 엄마 입에다가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누군가의 시어머니는
"난 그게 너무 아까워요.
너무 정성껏 만들었는데 그냥 버리는 거야.
본인이 먹으면 되잖아." 라며 한탄했다.
음......
그 자리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왜 그 시어머니의 그 며느리는
이유식을 싱크대에 버렸을까.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였는데,
내 대답은 그러하다.
<그것은 어른의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몸의 생태계를 아기 때의 그 포인트로 돌아가라고 강요하는데,
실로 어른이었던 나는 다시 아기가 되어 남은 아기와 공생할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간다.
그렇게 돌아가길 강요당하면, 신기하게도 몸이 퇴행되면 정신도 뇌도 퇴행되면서 지능도 낮아지고 행동도 멍청해지고 괴상하다.
내가 맞나 싶은 그 물음.
그 답으로 정신에게 공급할 분명한 아이덴티티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러니 싱크대에 버렸겠지. 그 귀한 10g에 백이십오만 원의 인력이 들어간 그것을.)
이건, 내가 누가 봐도 어른이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한 의식이다.
또한, 엄마가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다.
엄마 한잔해, 짠~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