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라는 말보다, 곁에 있어주는 용기

by 지로 Giro



어느 날 저녁,
딸아이가 갑자기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장난감이 잘 안 맞춰져서,
조금 전에 내가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해서,
아마도 그런 사소한 감정들이 겹쳐졌던 것 같다.

그날의 나는 지쳐 있었다.
몸도 피곤했고, 일도 많았고,
솔직히 말하면, 아이의 울음까지 감당할 여유가 없었다.

순간, 입 밖으로 “왜 또 울어?”라는 말이 튀어나오려다
멈췄다.

그리고 그냥, 조용히 아이 옆에 앉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고,
딸아이는 조금씩 울음을 멈췄다.
그 작은 어깨가 들썩이던 것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제야 아이가 말했다.
“그냥, 나도 모르겠어… 마음이 이상해.”

나는 말 대신,
작은 팔을 품에 안았다.

아이의 감정은 아직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어떤 감정은 이름조차 붙이기 어렵고,
어떤 마음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버겁다.
그럴 때 필요한 건
“괜찮아, 울지 마”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옆에 있어주는 용기다.

우리는 자꾸만 아이에게 ‘설명’을 요구한다.
왜 울었는지, 뭐가 속상했는지,
울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려 한다.
하지만 정작 어른인 나도
속상한 날의 이유를 말로 다 하지 못하는데,
아이에게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있던 건 아닐까.

내가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말보다 먼저 마음이 닿는 행동이다.

등을 토닥여주는 손,
함께 조용히 있어주는 시간,
그것들이 아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온기다.

언젠가 딸아이가 더 자라,
말로 감정을 풀어내는 법을 배울 때
그 기억이 마음속 밑바탕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말보다 조용히 옆에 앉는다.
눈물의 이유를 묻기보다,
그저 함께 흘려주기 위해.

그렇게,
나는 또 하루,
시간을 키우는 부모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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