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롤로그

노견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

by 최지현


보더콜리 11살. 어느 견종에서나 노견으로 분류되는 나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노견’ 대신 쓸 말이 없을까 애써 찾아봤다.

중년? 열한 살에게는 그 말조차 어색하다.


성산이의 10살 생일에는 성산이의 나이가 숨이 막혔다.

나와 함께 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그런 마음을 품고도 '노년'이라는 단어는 인정하지 못했다.

같이 늙어가고 있으면서, 늙어간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거다.


노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이제는 그 정점에 와 있다고 느끼는 지금,
이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우리집 초대장에 쓰이는 성산이 사진

중 대형견은 과연 몇 살까지 살까.
끝이 보이지 않는 질문과 함께 시작된 이야기.


어쩌면 노견이지만, 노견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아주 솔직한 시간들.


여전히 성산이는 나보다 빠르고 나보다 잘 달린다.

우리의 이야기가, 즐거운 나이듦이 되기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