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그제야 사랑이 보였다
성산이에게는 친구들이 있다.
스냅이는 성산이와 동갑이고, 한들이는 18년생의 동생 강아지다. 둘은 도심 속에서 어릴 때부터 매너를 배우며 자라왔기에 언제나 점잖고 젠틀하다.
반면 성산이는 환경이 달랐다. 훈련도 나중에야 받았고, 타고나기를 흥분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성산이를 혼내기 바빴다.
“그만 짖어. 가만히 있어. 기다려.”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상황조차 성산이는 힘들어했다. 놀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늘 씁쓸했다.
‘나는 왜 놀러 나와서 얘를 이렇게 혼내야 했을까? 차라리 친구들을 안 만나는 게 좋을까?’
질문들을 안고 돌아오면, 성산이는 지칠 때까지 뛰어놀았고 나는 그런 성산이를 붙잡느라 녹초가 되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펜션 여행을 함께하게 되었다. 반나절은 같이 보낸 적 있었지만, 1박 2일은 처음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나는 차도 따로 끌고 갔다.
펜션에 도착하자마자 스냅이 와 한슬이는 수영장으로 뛰어들었고, 성산이는 물이 싫어 도망 다니기 바빴다. 나 역시 수영복을 챙기지 않아 발만 담갔고, 성산이는 잔디밭에서 공을 물고 와 내 앞에 내려놓기 바빴다.
견주님들이 성산이를 튜브에 태워주었는데, 의외로 성산이는 그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물에 들어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 순간 깨달았다.
성산이가 다른 강아지처럼 조용하고 수영을 잘하길 바라는 건, 어쩌면 내 욕심이었음을.
펜션 한쪽의 넓은 운동장은 우리만 사용할 수 있었다. 낯선 개들이 없는 공간에서 성산이는 짖는 일도 거의 없었고, 마음껏 뛰어다니며 쉬는 데 집중했다.
나는 전처럼 지치지도 않았고 성산이가 밉지도 않았다.
비교하며 기준을 맞추려 하던 지난날과 달리, 이번에는 성산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9살 성산이에게는 도전과 경쟁이 아닌, 편히 놀고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이제 성산이가 친구들을 닮아가길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