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뎅 문화 답사기
저번 1부에선 오뎅에 대한 간단한 감상이 주되었지만,
2부에선 오뎅 속 국물 끝까지 깊숙히 파고들어갈 예정.
오뎅 답사기 2부, 시작합니다.
무우는 오뎅계의 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젓가락으로 둥그런 테두리를 집고 꾸우욱 힘을 주자 반으로 사르르 갈라지는 무우. 세상 부드럽게 쪼개지거니와 결코 국물에 녹아들거나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으스러지거나 부서져도 절대 국물 본연의 맛을 흐리지 않는 강인한 무우는 내 오뎅 랭킹에서도 예로부터 강인하게 1위를 차지해왔다.
한국에서도 오뎅국을 끓일 때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 무우를 넣지만, 그것을 결코 손님들에게 팔지는 않는다. 허나 일본에서는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무우를 편의점에서는 70~100엔에(보통 98엔), 전문점에서는 200~240엔에 판매한다. 오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오뎅만큼, 어쩌면 오뎅보다도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무우이기 때문에 유명한 오뎅집에선 늦게 가면 다 팔려서 없을 정도이다.
흔히들 '날아' 다닌다고 생각하는 등푸른 생선. 평상시에는 남들과 똑같이 물속에서 수영을 하지만, 두려움을 느낄 때면 물 위로 푱푱 튀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나는 것처럼 보여서 날치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영어이름도 같은 원리로 지어진 듯 'Flying Fish' 이다.
날치알은 시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재료이다. 날치알 덮밥에 의해 많이들 익숙해졌는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날치알은 많이 보이건만 과연 그 알의 주인은 아무리 둘러봐도 없다. 이건 어떻게 된 걸까?
한때는 엄마가 한창 '일본 전통 레시피' 에 빠져 계실 때였다. 일본 간장을 만들어보겠다며 건어물로 유명한 서울 중부시장까지 가 싹 뒤졌지만 찾는 것이 없었다는 듯 쓴 웃음을 지으시면서 "한국에선 날치를 못 구해" 라고 하셨다. 엄마 빼고 날치를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날치 자체는 한국에선 식재료로서 그닥 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날 엄마의 씁쓸한 경험을 통해 알게되었다.
반면 일본에서의 날치사랑은 유별나다. 어느 가정식 식당을 가더라도 메뉴의 한 부부은 날치구이가 자리잡고 있었고, 적당히 짭잘하고 담백한 날치의 미(味)적 특성을 이용해 끓여낸 이 오뎅국물에서도 일본인들이 얼마나 날치를 좋은 식재료로 생각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내겐 항상 무엇을 보든간에 그것을 내 일상과 관계있는 무언가와 연관짓는 습관이 있다는 말을 한 기억이 있는 것 같다. 없으면, 뭐, 민망하네요. 오뎅을 먹으면서까지는 아무생각 없이 즐기고싶었으나 이번에도 자꾸 잡생각이 떠올랐다. 없애고 없애도 마음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을, 결국 오뎅 한그릇을 비우고 바로 정리해보았다.
나는 중학교 졸업식을 나흘 앞두고서 이곳에 오게되었는데, 문득 선생님들이 생각난 것이었다. 뭐랄까, 없어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느낀다고. 자그마한 오뎅 그릇 속, 내 허공함을 채워준 그 따시한 존재들이 마치 중학교 선생님들과 유사점이 있었다고 하면 믿으려나? 뭐, 여하튼 그랬다. 나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내 생각들에 평소 의문이 많이 드는 편이다. ㅋㅋ...
오뎅을 담을때 언제나 곁에 두는 이 세 친구(곤약, 계란, 무우)들과 매칭과는 선생님들의 공통점은 무엇? 그 교집합은 매정하게도 입시에 별 도움 안되는 교과라는 것이다. ㅠㅠ
그런데 좀 더 멀리 보자. 흔히들 국영수에 목을 매야 SKY에 갈 수 있다~ 라고들 하지만, 내가 입시를 하며 거쳐가야 할 길고 긴 시간동안 내 몸을 건강하게 지탱해줄 솔루션을 얻는건 바로 체육과 보건선생님으로부터이다. 또한 반듯하고 지혜로운 인간의 길을 제시하고 나를 그 길로 인도해 주시는 분이 바로 도덕선생님 아니신가?
창창히 펼쳐질 나의 유망한 미래를 담보해 주시는 선생님들이시기에 역시 존경의 대상이여야 한다.
TIP _ 일본편의점에서 오뎅 사는법!
1. 점원에게 "오뎅 오네가이시마스(오뎅 부탁합니다)" 라고 말한다.
2. 그릇의 사이즈(오오사)를 선택한다. 작은것: 치이사이 / 큰것: 오오키이
3. 먹고 싶은 재료를 가리키며 주문한다.
4. 다 골랐다면 말한다. "이죠오데스!(이상입니다!)"
5. 기대되는 심장을 부여잡고 웃으며 계산한다.
6. 감사인사를 잊지 말자.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
이것으로 나의 오뎅 답사기 상, 하편을 모두 마친다.
오뎅의 뜨겁고 열정적인 전율이 부디 느껴졌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