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까지 따뜻해지는 밀크티

by 혜안

겨울이 되면 달고 사는 음료가 있다. 향긋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료, 밀크티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날에는 애착 보온병에 그 날 마실 밀크티를 담아 가고, 집에서 일 하는 날이나 주말에는 큰 머그컵에 밀크티를 만든다. 내가 만드는 밀크티는 간단하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홍차 티백을 머그컵에 넣고 1-2분 정도 우린다. 이 때 뜨거운 물을 머그컵의 거의 6-70% 정도 까지 많다 싶을 정도로 붓고 잘 우려지도록 주전자 뚜껑 같은 것으로 머그컵을 덮어놓는다. 다 우려지면 머그컵이 8-90% 정도 찰 정도로 무가당 두유를 더하면서 잘 섞이도록 티백을 아래 위로 흔들어 준다. 설탕도 크림도 필요 없이 밀크티는 티백과 두유 혹은 우유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IMG_1724.HEIC 제일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머그에 향긋한 밀크티는 행복이다.


생애 처음 밀크티는 약 십오 년 전에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마셨던 오후의 홍차라는 이름의 플라스틱 병에 든 달달한 밀크티였다. 처음 마셔본 달디 단 밀크티 맛에 빠져 집으로 갈 때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인스턴트 가루형 제품을 몇 봉지나 사서 돌아갔다. 그 때 그 로얄밀크티 처럼 인스턴트 제품만 마시던 나는 홍차가 뭔지도 몰랐었다. 내가 아는 홍차는 '보스턴 차 사건'의 홍차가 전부였다.


누군가에게 "전남친 토스트"라 불리는 블루베리토스트가 있다면 나에겐 "전남친 밀크티"가 있다. 홍차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밀크티가 사실 홍차에 그냥 밀크를 더한 거란 걸 전남친을 통해 알게 됐다. 그리고 로얄밀크티처럼 달달하게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처음 먹어본 진짜 밀크티는 뭔가 밍숭맹숭한 맛이었는데 두 번, 세 번 마시는 중에 그 맛과 향을 알게 됐다. 결국 그 사람을 만나러 갔던 홍콩에서 집으로 갈 때는 막스앤스펜서라는 영국발 백화점에 들러 티백이 백 개 정도 들어간 상자를 몇 개나 사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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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는 제품마다 맛이 달라서 스트레이트로 마셔야만 맛있는 게 있다. 예를 들어 TWG의 클래식 티는 비싼 홍차라 그런가 두유를 넣으면 향이 겉 도는 느낌이 있다. 요즘 내가 잘 마시는 건 아무 슈퍼 에서나 살 수 있는 립톤의 노란색 티백, 수입식품 슈퍼에서 파는 자낫이라는 티백 홍차, 그리고 코스트코에서 파는 립톤 프리미엄 티백 홍차 정도가 있다. 이 세 가지는 구입 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해서 매일 마시기에 좋고 제품마다 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세 가지를 번갈아가며 마시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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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조금씩 쌀쌀해지면 나는 서둘러 홍차를 준비해 둔다. 주말 아침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등에 따뜻한 햇살을 맞으면서 책을 읽는 상상을 하면서. 꽃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부드러운 밀크티는 색깔마저 아름답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 중에 하나인 베이지색이다. 빛깔과 향기 모두 멋진 이런 음료가 어디 또 있을까 싶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일 아침에 밀크티 마실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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