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7월
01
서울형책방 지원사업 결과 발표가 예정보다 지연되었다. 원래대로라면 7월이 오기 전에 결과를 알아야 했지만, 달을 넘겼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경쟁률이 치열해서 그런 걸까, 곤란하군’이었다.
결국 7월의 아침이 되어서야 도착한 문자 한 통.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아쉽지만’으로 시작하는 그런 문장.
오히려 덤덤했다. 발표일이 한 주가 지나서 그런가, 마음이 가다분해졌던 것 같다. 동시에 섭외를 위해 부탁드렸던 분들이 떠올라 미안해졌다. 소설가, 시인, 극작가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실행만 하면 되는 기획안을 보내고 일정까지 픽스했는데 그 모든 게 다 무산되었다고 전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고 싶지 않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세상엔 하고 싶은 일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하기 싫은 일들은 더 엄청나게 많다.
덕분에 냉정을 되찾고 나의 서점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본다. 4월 말에 오픈했으니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서점. 연차를 바탕으로 주는 기본 점수 최하, 독서모임 같은 책방 프로그램 운영 경험 전무. 이런 스펙으로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일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서울시에만 수백 개의 동네서점이 있을 테니.
이번 지원사업에 도움을 주신 작가님께 연락드렸다. 작가님은 나의 소설 수업 선생님이자 소설가로 서점을 운영하는 동안 작가님의 책을 완판하고 재입고하는 것이 소박한 목표다. 이렇게 멋진 소설을 다들 몰라줘서 아쉬울 뿐이다.
작가님에게 나의 마음처럼, 내가 받은 문자처럼 ‘아쉽지만’으로 시작하는 푸념을 드리고, 송구함을 전하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작가님은 아직 시작 단계라고 힘을 주셨고, 서점 운영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풀어주셨다.
슬픔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믿는 나는 보통 힘들거나 슬픈 일은 쉽사리 공유하지 않는데 오늘만큼은 위로를 받고 싶었고 위로받고 있다고 느꼈다. 아무래도 서점을 혼자서 운영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순간순간 아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지금의 통화가 그 결핍을 조금은 채워준 거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경험을 쌓고 도전하기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작가님에게 다짐하고, 내년에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더불어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되며 평일에 서점을 찾던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 좋은 곳에 놀러 갔나 보다. 보릿고개라고 예상은 했지만 지금은 보리조차 남아있지 않는, 그냥 고개인 것 같다. 보릿고개보다 더한 날들이 남아있다니! 8월 말까지 학생들이 없는 서점,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절망이 엄습하는 머리를 감싸 쥔다.
2025년 7월 1일 화요일
칠월의 첫날부터 찾아온 아쉬움
서점원의 문장과 책
: 홍수라는 말엔 한편 쏟아지는 즐거움도 들어있다. 빛의 홍수, 행복의 홍수, 기쁨의 홍수, 축복의 홍수, 홍수처럼 쏟아지는 웃음. 절망은 절대로 홍수처럼 쏟아지지 않는다. 절망은 엄습하고 차오른다. 가능하다면 희망의 홍수 속에 있고 싶다.
『여름어 사전』 아침달 편집부 지음, 아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