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기쁨과슬픔 #비정기산문집
5월
07
서점을 연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5월의 잘한 일이란 단연 (매출 0원을 맞이하고 각성 후 기획한) <무엇이든 쓰는 밤>(이하 무밤)이다.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한 무밤은 인스타그램과 서점 앞에 붙인 포스터만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다른 홍보 수단은 없으니까.
6월 신청자가 한 명도 없으면 (조금 머쓱하긴 하겠지만) 7월에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일단 저지른 일이었다. 게다가 동네서점의 역할 중 하나가 서점의 공간을 활용하는 일인데 동네주민이 참여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더해졌다.
정말 기대가 없어서인지 마음이 조급하거나 초조하지 않았는데 구글 메일에 반가운 소식이 도착했다. 첫 번째 신청자 등장. 우와. 동네주민이고, 희곡을 쓰신다고 해서 놀랐다. 희곡이라니! 두 번째는 근처 중학교 사서 선생님께서 약간의 의리를 더해 함께해 주셨고, 세 번째는 취미로 소설을 쓰는 동네주민 분이 신청했다. 네 명을 모집하는 데 세 명이 신청을 하다니. 대성공이다.
사람을 모으는 일은 어렵다. 하물며 팔로워 한 명을 모으는 일도 시간이 들며 누군가는 돈을 투자하기도 한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취향이 있으니까.
서점을 시작하기 전엔 책에만 집중했지, 서점이라는 공간을 활용하는 일에는 둔감했다. 내가 서점을 찾는 고객이었을 때도 서점의 활동에 참여했던 걸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었는데도 그랬다.
마지막 신청자는 5월의 끝자락에 마주했다. 서점 마감을 앞두고 한 손님이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등장했다. 알고 보니 <무엇이든 쓰는 밤> 6월 글쓰기 클럽 1회차를 신청했다가 취소하신 분이었다. 용기 내어 신청은 했지만, 본인은 거창한 글을 쓰는 것도 아니라서 결국 취소했다고.
그 마음 이해합니다. 처음 모이는 공간, 낯선 사람들, 그 속에 나. 내향인이라면 그렇다. 그래도 용기 내서 오신 것에 내적 박수를 보내며 나 역시 마감이 없어 글을 쓰지 못하니 같이 모여 글을 써보자는 말, 서로의 씀을 검사하는 감시자가 아닌 서로의 씀을 응원하는 동료로 생각하면 좋겠다는 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마도 내가 두려워하던 것들 그리고 내가 필요했던 말들을 들려드렸더니 안심하시곤 다시 도전하겠다고 용기를 내셨다. 때로는 글보다 말로 전해질 필요가 있는 메시지가 있구나 싶었다. 문자보다 전화를 선호하는 사람,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하는 사람이 나뉘는 세상에서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되듯이. 결국 결론은 하나다. 우리 함께 잘 써 봐요.
***마감***
<무엇이든 쓰는 밤> 6월 글쓰기 클럽이 마감되었습니다.
2025년 5월 29일 기분 좋게 6월을 맞이할 준비 완료
(덧, 이 글을 예약 발행하는 7월 2일의 밤, 서점엔 <무엇이든 쓰는 밤> 7월의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다.
여름밤 쓰는 밤, 좋다.)
서점원의 문장과 책
: 원인과 결과가 고루 덮인 이 풀밭 위에서
누군가는 자리 깔고 벌렁 드러누워 이삭을 입에 문 채
물끄러미 구름을 바라보아야만 하리.
⟪끝과 시작⟫,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문학과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