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고목에도 새순이 돋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또 하나는
계절에 대한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어떤 계절을 제일 좋아하세요?"
계절에 대해 떠올려보니 문득,
'봄'이라는 말이 참 예쁘게 느껴집니다.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요.
이런 단어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계절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어서
어원을 찾아보고 어감을 느껴봅니다.
봄 春, spring
새롭게 시작되는 계절, 봄.
'보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겨울의 추위와 긴 어둠이 끝나고
새싹과 꽃들이 '보이는 계절',
웅크렸던 것들이 움트고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많은 시기.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시기.
여름 夏, summer
햇살이 가장 뜨겁게 '열리는' 계절, 여름.
뜨겁고 열정적으로 성장하며
힘과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시기.
빛과 열이 가장 활짝 열리는 계절.
도전과 극복을 통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자
강렬하게 타들어가는
어쩌면 고통스러운 태양빛도
기꺼이 감내하는 계절.
가을 秋, autumm, fall
'갈무리' 곡식이 익고 결실을 맺는 시기, 가을.
아름답고 다채로운 색으로 물드는 시기.
그동안의 노력을 거두며 풍요로움을 경험하게 하지만
아침저녁과 한낮의 일교차가 심해지듯
감정에도 기복이 생길 수 있는
서늘한 추위가 시작되는 계절.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 해의 끝자락을 준비하고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계절.
겨울 冬, winter
'결다(엉기다)', '겁다(모이다)'의 어원에서 나온 말, 겨울.
차가운 기운이 멈추게 하고
행동을 웅크리게 하며
생명력이 닫히는 계절.
그 덕에 잠시 쉬어가며
재정비할 수 있는 시기.
한자의 자원과 비교해 보니,
재미있는 면이 있네요.
한자 어원으로의 사계절은
따사로운 햇빛을 받고
땅에서부터 새싹이 돋아나는
모양을 표현한 '春'
태양빛이 강렬하고 뜨거워
머리를 숙이고 움직이는 모습의 '夏'
곡식이 불에 익듯
익어가는 것을 표현한 '秋'
얼음이 얼어붙어
발걸음을 멈춘, 매듭의 계절 '冬'
두 언어의 어원을 비교해 보니
우리말은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적'인 언어,
한자는
원리를 담고 있는 '이성적'인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언어에는
그 민족이 자연과 함께 살아온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씨앗이 생기고
다시 새순이 돋고
잎이 되어
낙엽이 지고 떨어지기까지.
풀잎이 계절에 따라 색이 바뀌듯
인생도 시기에 따라 그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부자연스럽고 어색해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은 비단 '나이'라는 숫자에서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오는 것은 아닐 겁니다.
변화해야 할 때,
탈피해야 할 때,
사람마다 모두 다른 그 타이밍을 놓치거나
기존의, 혹은 과거 자신의 선택만을 고집하면
결국 싹트지 못한 씨앗이 되고
고치 속 애벌레 상태에서 삶이 마무리되고 맙니다.
싹을 틔워야 할 때 틔울 수 있고
고치를 찢고 나올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은 힘을 길러야 해요.
생명을 키워내는 것에 큰 힘이 필요하듯,
삶을 살아나가는 데에도 많은 힘들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길러주고 채워줄 수 있는 양분들을
우리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찾으려고만 한다면 말입니다.
계절(季節)을 순우리말로 '철'이라 한다.
사시사철 각각의 계절마다 해야 할 일을 알지 못하는 것을 일러,
'철부지'라 하지요.
철(계절의 '절'의 변형) + 부지 不知
不 아닐 불/부
知 알 지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계절마다, 절기마다 해야 할 일들이 분명히 있었으니
지금이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기인지,
모내기를 해야 할 때인지,
수확을 하거나 논밭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인지
잘 챙기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었고
아이들은 시기의 흐름을 잘 모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을 거에요.
그러니 '철부지 어린아이'라는 관용어도 생겨났습니다.
옛 성현들도 이야기했듯,
계절은 한 사람의 인생과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하늘'의 네 가지 원리,
즉, 사물의 근본 원리라는 말로
원형리정(元亨利貞)을 '계절'로도 설명할 수 있지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절을 묻는 질문을 해 준 덕에
나의 삶은 사계절 중 어디쯤인가, 생각해 봅니다.
나의 삶은 지금
많은 것을 보며 성장해야 하는 때인가,
에너지를 분출해야 하는 때인가,
결실을 맺으며 갈무리를 준비해야 하는 때인가.
저는 아직,
모든 것이 새로 태어나는 '봄'이
가장 좋습니다.
오늘도 새로운 해가 떠오르면
어제의 나는 지고,
오늘의 내가 새로 태어나는
봄의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봄이 오면,
고목에도 새순이 돋습니다.
각자의 계절을 만끽하시길!
: 가르치고 배우며 서로 성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