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I. 살아가는 나 : 불안, 그 흔들림을 어떻게 안아야 할까
예전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던 일들이 있었다.
일을 잘하고 싶었고, 이기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찬란한 내 청춘의 노력이
나의 멋진 중년을 만들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땐 두려움보다 의지가 먼저였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마다
‘내가 과연, 이걸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걸 감당해 낼 수 있을지부터 먼저 계산하게 된다.
그건 아마도, 성공보다 더 많은 실패의 경험치가 쌓인 탓일 것이다.
누가 아플 걸 뻔히 아는 길을 선뜻 걸을 수 있을까.
나는 그 길이 얼마나 고된지,
어디쯤에서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 지는지를
이제는 제법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이렇게 글쓰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가끔, 오래된 친구들이 내게 묻는다.
“너는 아직도 무언가 하고 싶은 열정이 있어? 신기하다.”
그럴 만도 하다.
세상에서 보통의 40대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익숙하고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런데 낯선 곳에서
삐걱거리는 경험을 스스로 자초하는 내가
그들에게는 이질적이고 신기하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라고 힘든 길을 가고 싶어 가겠는가.
앞서 했던 나의 그 열정과 노력은 내가 생각했던 미래를 만들지 못했다.
이쯤에서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쉽게 포기되지 않는다.
40대.
20대였던 나는 이 나이가 되면
뭐든 이루어져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어보니,
생각했던 것들을 이루지도 못했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맞는지조차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무엇보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초침은 쉼 없이 달리고,
나는 그 속도에 자꾸 뒤처지는 기분이다.
그 빠른 흐름에 놀라 내 인생이 절망적으로 느껴졌던 날도 있었다.
훗날, 20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떠올린다면,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육체는 더 나이를 먹겠지만,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시작하지 않은 나를,
지금 도전하지 않은 나를
분명 책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바라본다.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과정 속에서 나를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위한 도전이고,
이것만이 지금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잠재워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예전엔 ‘이루는 삶’을 꿈꿨다면,
지금은 ‘이해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조금 늦어도,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중요한 건,
여전히 내가 나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이고,
그래서 이 글도, 이 도전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