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내 머리와 나까지 같이 살아
사공이 셋이니까 움직일 수 있을리가
다행히 누워있자는 거엔 셋 모두가 동의해
― D15. 그래서 파수견이구만?
비눗방울 바라보며 똑같이 반짝이던
한 짝의 유리구슬 물때가 껴버렸나
영롱한 광채는 어디 가고 칙칙하게 흐려졌어
― B17. 그땐 그랬지
“쓸데없어” 말 듣고선 떠밀리듯 잘라낸 것
지금 와서 어디 있나 상자들을 뒤져봐도
완전히 사라져버려서 공허함이 축축해
― C20. 빈 눈물
안대로 눈 가리고 귀마개로 귀를 막고
누워서 잠에 들면 세상이 사라지고
영원히 칠흑 속 떠다니다 일 초만에 깨고 말아
― A12. 야박하게 적은
하늘의 해 달 별과 땅 아래 황금의 맥
푸르른 유리판과 풀잎 위 이슬마저
반짝임 인간은 결국 까마귀와 똑같다
― B12. 반짝임
등 긁히며 지나가는 사나운 바람 골목
두 귀가 먹먹하고 걸음이 막막해서
가만히 지구가 멎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 F5. 불균등한 열의 분포와 열역학 제1법칙
다리 하나 이불 밖에 낚시 하듯 내어 놓아
물어가소 끌고가소 거기 밖에 누구 없소
아깝네 어둠 속 저 친구가 더 친절타 그러던데
― A10. 안녕, 내 오랜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