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속에 피어난 붉은 꽃

'갯패랭이'

갯내음 짙게 배어드는 해안가, 거센 바람을 견디며 뜨거움을 붉게 토해냈다. 어느 가을날, 그 꽃의 흔적과 조우했다. 작은 씨방들은 갯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듬해 여름을 꿈꾸며 기쁨을 품은 채, 거센 바닷바람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만의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여름, 패랭이꽃이 피는 계절이 왔다. 바닷가로 가면, 분명 붉게 타오르는 꽃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바다를 찾았다. 하지만 바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리고, 짙은 해무가 해안을 감싸 안고, 철썩이는 파도마저 희미하게 삼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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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버린 자의 추억처럼, 그리운 바다의 향기만이 남아 있을 뿐. 그때, 해무 속에서 불꽃처럼 피어난 갯패랭이꽃이 한아름 가슴으로 안겨왔다.


거친 바람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는 꽃, 갯패랭이꽃은 오름에서 보았던 패랭이꽃보다도 튼실하다. 바닷바람에 꺾이고, 거친 파도에 부딪히며 살아남아야 했기에 더욱 단단한 모습이다.


갯바위에 뿌리를 내린 꽃들은,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다. 서로 도란도란 모여 붉은 꽃마을을 이루고,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행복한 노래를 부른다. 함께 피어나 더욱 사랑스럽다. 혼자 피어난 꽃은 왠지 쓸쓸해 보인다.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꽃들이기에, 그 아름다움은 풍경은 오래 남는다.


세상도 그렇지 않을까? 혼자 걸어가는 길보다는 함께 걸어가는 길이 더 따뜻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피어나는 삶이 더 빛나는 것처럼. 붉게 타오르는 갯패랭이꽃을 보며,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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