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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에세이

천천히 따라가는

by 열음


새소리가 들린다.

새벽에 누워 시선과 생각을 둘 곳을 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면 조용히 영혼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은 여리고 맑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고요한 둥지에서 피어오른 새소리는 허공을 한참 떠돌다가 내 마음 안에서 다시

둥지를 튼다.

잡념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여

앉을자리가 없으면 발길을 돌린다.

안착하도록 맑고 안정된 정신을

예비해두어야 한다.

정돈된 마음의 둥지에서는 고음도 이탈 없이, 저음도 주위에 묻힘 없이 그 무형의

실체가 영혼과 잘 소통한다.

새소리를 음미한다는 것은 자아의 키가 자라나고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처럼 고요한 관조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어릴 때 하늘을 나는 꿈을 꾸면 눈을 뜬 후에도 기분이 좋았다. 꿈을 현실 안으로 끌어올려 그날 하루만큼은 행복한 감정에

흠뻑 빠져 본다.

날개를 여러 번 퍼덕이면 조금씩 땅에서 떠오르다가 더 힘을 내어 저으면 마침내

바람의 등위로 올라타게 된다.

힘을 뺀 채 바람에 저항하지 않고 온전히

맡겨야 바람과 하나가 된다.

두 팔 대신 날개를 달아 허공을 헤엄치며

하늘에 자아를 날려 보낸다.

꿈을 깨면 내 자아의 키는 성큼 자라나 있다

날개는 자아를 멀리 바라보게 하는 깨달음의 활력 장치이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이제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엉켜버린 과거에서.

고공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세상을

들여다보고 싶다.

현실을 돌이켜보며.

높은 하늘을 향해 전진하는 새처럼 멀리

날아가고 싶다.

미래를 향해서.


끝없는 미로와 같은 망상 속의 어둠에서

벗어날 때

고요히 명상하는 세상에서 내 생각이

쉬어갈 때

깨끗한 거울 속의 내 마음을

돌이켜 볼 때

그럴 때
새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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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