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서 만나요❤
몇 개월 동안 글을 쓰면서도, 나는 한 가지 진실에서 눈을 돌리지 못했다. 글이란 결국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쓰는 것이었고, 내 삶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매달렸던 하나의 도구였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그 도구를 조금 더 예쁘게 놓아둘 수 있는 책상 같았고, 겁이 많고 망설임이 많은 나는 그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쓰고 지우는 과정 속에서 나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닿는지 가늠해 보기도 했고, 때로는 스스로의 능력이 초라하게 느껴져 고개를 돌려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하나의 길이 내 앞에 조금씩 확장되기 시작했다. 타인의 삶을 건드리고, 또 다른 이의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글을 쓰는 일. 이것이야말로 내가 오래도록 바라만 보던 또 다른 세계였다. 감히 기자를 꿈꾼다거나 거창한 이름을 달고 싶었다기보다, 그 세계의 언어로 한 번쯤 걸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신 전해주는 사람들, 기록을 삶으로 삼는 사람들, 세상의 작은 빛들을 놓치지 않도록 눈을 크게 뜨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언어는 나에게 낯설었지만 은근하게 끌리는 듯했다.
그리고 나는 늘 마음 깊은 곳에서만 바라보던 그 세계에 발끝을 디뎠다. 오마이뉴스에 시민기자로 첫 투고를 하던 날, 흥분되는 마음을 감추기가 쉽지 않았다. 기사라는 형식, 취재라는 책임, 한 줄, 한 줄의 사이에 걸린 사실의 무게. 무엇 하나 가볍게 넘어갈 수 없었고,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조심스럽게 적었다. 나의 에세이와는 결이 다른 생경한 느낌이었지만, 그 생경함이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마치 세상이 내게 또 하나의 문을 열어준 느낌이었달까.
그 뒤에 있었던 건, 그 문을 열도록 용기를 준 사람들이었다. 희야 작가님, 오즈의 마법사 작가님, 유미래 작가님. 글로 먹고사는 일의 고단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 그럼에도 누구보다 뜨겁게 글을 사랑하는 분들, 타인의 글을 진심으로 응원할 줄 아는 분들. 나는 그분들의 글을 읽으며 성장했고, 그분들이 건네준 응원의 말 한마디에 등이 떠밀리는 것 같았다. "할 수 있어요." 그 짧은 한마디가, 내 삶에서 얼마나 귀한 말씀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 말 하나를 가슴에 품고 어둠 속을 조금 더 걸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글을 존경한다는 건, 단순히 '좋아한다'의 감정을 넘어선다. 그 글을 읽는 동안,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던 방향이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그분들의 글을 통해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그 확인은 결국 또 하나의 길을 찾는 데까지 이어졌다. 지금의 나는 단순히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는 사람을 넘어서, 기록을 삶의 또 한 곳에 새기려는 사람이다. 글 한 편, 취재 한 번, 기록 하나가 커다란 성공을 이끌어줄 거라 믿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누군가의 삶을, 이야기들을,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소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실은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말은 나에게 너무 큰 표현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꼭 직업을 바꾸겠다는 의지라기보다, 내 글의 세계를 더 넓혀보고 싶다는 무모한 용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사람의 삶은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다. 굳게 닫혀 있었던 방을 하나 열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내가 앉아 있었다. 브런치의 해이로 살던 내가, 오마이뉴스라는 낯선 공간에서 다시 펜을 들고 있었다. 그때에서야 내 삶은 하나의 길로만 이어진 것이 아니라, 겹겹이 겹쳐진 여러 갈래의 길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제야 조심스레 고백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에 투고한 것은 단순한 글쓰기 도전이 아니라, '꿈'이라는 말을 다시 입에 올릴 수 있게 된 사건이었다고 말이다. 글 쓰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앞으로도 두렵겠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새로운 글이 태어났고, 그 글들이 나를 다음 자리로 이끌었다. 인생의 두 번째 챕터를 연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큰 인정이나 성공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용기 하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그 용기 하나로 글을 쓴다. 나를 토닥여준 글들, 나에게 길을 알려준 작가님들, 그리고 내 삶의 또 다른 페이지를 열어준 오마이뉴스라는 새 공간. 이 세 가지가 만나, 나는 마침내 그동안 묵혀두었던 꿈의 모양을 조금은 또렷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아직 서툴고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앞으로 조금 더 걸어가 볼 것이다.
그저 글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내가 발견한 또 하나의 길 위에서.
유미래 작가님의 기사
희야 작가님의 기사
오즈의 마법사 작가님의 기사
세 분 작가님, 제가 말씀도 드리지 않고 이렇게 작가님들을 언급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정말로 사실이라, 감히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존경한다는 건 쉽게 쓰여서는 안 되는 일이고, 제 안에서 시간을 갖고 숙성된 감정이라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 속에 적어두는 이유는, 제가 걸어온 이 작은 변화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남기고 싶어서입니다.
저는 그동안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었지, 실제로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세 분의 글은 제게 단순한 '좋은 글'이 아니라 '길을 바꿔놓는 글'이었습니다. 기운이 빠져 책상 앞에 주저앉았을 때, 마음이 꺼져가는 밤에도, 작가님의 글들이 저를 다시 부축했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첫 투고를 할 수 있었던 용기의 절반은, 세 분의 글 덕분이었다고요. 덕분에 저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세계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혹여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존경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마음이 오히려 폐가 된다면 어쩌나, 그 생각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함이야말로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글이라 믿기에, 저는 이렇게 제 마음을 꺼내놓습니다.
이 고백에는 어떤 과장도, 어떤 꾸밈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저에게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대로 남기는 것이 기사의 첫걸음이라 배웠기에, 저는 오늘 이렇게 저의 마음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