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고 있어

by 이채이

길목을 지키던 얼룩 고양이의 낮잠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담장을 더듬어가는 담쟁이넝쿨, 그 작은 손의 부지런함이 지치면, 마침내 계절이 바뀐다. 나의 눈이 가까운 곳에 머물지 않고 멀리 은사시나무 숲을 향할 때, 비에 젖은 왕벚나무의 잎이 누렇게 점점이 떨어질 때, 나는 가을을 느낀다.

아직 무더위의 연장전을 통과하고 있는 여름에게도, 기필코 끝은 온다. 새벽 창가에서 들리는 새들의 소리가 어제와는 다른 공명으로 울릴 때, 나는 서늘이 다가옴을 안다. 바람이 서북풍으로 불어올 때, 북풍의 끝에 찬 기운을 달고 오면, 나는 기꺼이 넉넉한 박수를 보낼 것이다.

아침 산책길의 노을을 보고, 새들 노랫소리의 변화를 감지한다. 풀벌레들이 삶과 죽음을 교차해 가면서 계절의 한복판에 있다. 산을 물들이는 잎들이 기어이 제 색을 찾아가는 여정을 본다. 그루터기에 움튼 여린 줄기에서 바람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을 때. 나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음을 안다.

아침의 클래식은, 아름다운 계절이 바짝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미친 듯이 가지 뻗고 사랑하던 세상의 모든 것들이 소슬의 계절을 향해 한 발짝 씩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전진은 내밀한 것이어서, 섬세한 감정을 관찰하듯 지켜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훌쩍 가을의 중턱에 던져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터이다.

‘가을 숲에 가고 싶다’며 아우성일 때는, 이미 겨울은 산맥의 능선을 따라 남진하고 있을 것이다.

한 발만 앞서서 오는 계절을 맞이하고 싶다. 이 현란한 고요와 사색의 계절을 오래 품고 싶다. 가본 적 없는 먼 곳으로 차를 몰아 숲의 가을을 호흡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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