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눈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코끼리 다리도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고, 수술 후 올라가지 않던 팔도 점점 더 움직일 수 있게 되며,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표적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표적 치료 14회, 방사선 치료 16회라는 일정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었다. 수술만 끝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끝이 없는 치료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암세포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겨우 2cm 남짓한 크기의 그것을 없애기 위해 항암, 수술, 표적 치료, 방사선 치료까지 해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모든 결정을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남편의 의견을 따르기로 마음먹었고, 병원도 그의 말에 따라 선택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휴대폰만 열어도 내 병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졌지만, 내 일이었기에 오히려 너무 두려워서 일부러 알아보지 않았다. 그저 “항암 하고 수술하면 끝날 거야”라는 남편의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물론 항암과 수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것만 견디면 끝이라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는 ‘표적 치료 14회, 방사선 16회’라는 말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표적 치료는 항암과는 다른 약물로 진행될 예정이고, 여기에 호르몬제까지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왜 치료 약이 바뀐 건지, 호르몬제는 왜 필요한 건지 제대로 들은 바도 없었다. 대형 병원은 환자에게 설명을 자세히 해줄 만큼 여유롭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그냥, 주치의가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 그것뿐이었다.
첫 번째 표적암 치료를 위해, 늘 그랬듯 병원에 입원했다. 계속된 항암과 수술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낮아진 혈압은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매번 느끼지만, 내게 있어서는 항암보다 오히려 혈압을 올리는 일이 더 큰 숙제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겨우 첫 번째 표적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11월 말, 바람은 차고 날씨는 스산했으며,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첫눈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
마치 힘든 내 마음을 잠시나마 위로해 주려는 듯, 고요하고 깨끗한 풍경이 창밖에 펼쳐져 있었다.
남편과 브라우니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매일 걷던 익숙한 길이 눈으로 덮이니,
마치 추운 겨울날 유럽의 어느 숲길을 걷는 듯한 낯설고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다.
그날의 첫눈은, 지친 내 마음 한편을 조용히 쓰다듬어 주는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