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튀는 것’일까?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누구인가

by 석희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제는 튀어야 살아남는다.”

개성 있고, 이상하고, 눈에 띄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말 그럴까?


얼핏 보면 그 말은 맞는 것도 같다.

SNS 알고리즘도, 뉴스 피드도, 심지어 주변 사람들의 관심도

‘튀는 것’에 먼저 반응하니까.


하지만 튀는 게 곧 성장으로 이어지는 걸까?



나는 솔로, 하트시그널, 그리고 개그맨

나는 솔로 포스터

가끔 TV를 보면 ‘나는 솔로’나 ‘하트시그널’ 같은 연애 예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연자들의 솔직한 말과 과감한 행동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런데 곧 이런 말이 따라붙는다.

“어떻게 저런 데 나가서 저렇게 행동하지…?”


개그맨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서 ‘바보’,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을 웃겼다.

사실 그들 대부분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계산적이다.

그러나 웃기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무기’를 꺼내 보여준 거다.

그러니까 튀는 것에는 전략이 숨어 있다.


이건 단순한 재미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감정노동이자,

자신을 ‘꼭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고도의 퍼포먼스라고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의외로 과묵하거나 조용한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화면 속 이미지와 달라 당황할 때도 있다.

그만큼 ‘튀는 캐릭터’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지도는 우연이 아니다


2025년 3월 10일 방송된 Jennifer Hudson Show에서 블랙핑크의 제니가 “바나나킥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라고 언급한 직후,

2주 동안 농심 시가총액이 약 2,600억 원(약 1.36억 USD) 증가했다고 한다.

광고도, 협찬도 아닌 단 한 문장—

이만큼 인지도 하나로 상징까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니 in Jennifer Hudson Show

물론, 이런 현상은 우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대중은 ‘무엇이 맞는가’보다 ‘누가 말했는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인지도’는 그래서 무섭다.

얻기는 어렵고,

한번 얻고 나면 상상 이상의 레버리지를 만든다.

그만큼 그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나 공동체의 한 마디, 한 행동은

때로는 엄청난 긍정적 파급력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잘못되었을 땐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건 단순히 ‘무섭다’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만큼 인지도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우리는 그 무게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점점 그 ‘인지도’라는 무대 위로 올라가야만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압박 속에 놓여 있다.



튄다는 것의 두 얼굴


그래서일까.

요즘은 일부러 튀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SNS에 자극적인 문장을 올리고,

이슈를 만들기 위해 불편한 말을 던지고,

심지어는 가짜 진정성까지 연기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흐름에 늘 경계심이 든다.

왜냐하면, 결국 사람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건

‘튀는 사람’이 아니라, ‘깊은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잠깐의 관심은 자극으로도 끌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신뢰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가 걸어온 길과 쌓아온 결과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진정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오랫동안 브랜드와 사람을 관찰하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수많은 관계를 운영해 오며 느낀 게 있다.


지금처럼 주목받기 어려운 시대일수록

‘튀기 위한 선택’이 아닌

‘깊이 있게 각인되기 위한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것.


튀는 건 쉽다.

하지만 깊어지는 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는다.

성장은 결국 깊은 사람에게 귀결되는 법이라고.



우리는 모두 인지도를 원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튀고 싶고, 보이고 싶고, 소비되고 싶다.


하지만, 그럴수록 묻고 싶다.

“나는 튀고 있는가, 깊어지고 있는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살아남는 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에게도 ‘정점(Climax)’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순간이 인생의 후반부에 도달한다는 건—

그만큼 깊이 있게 살아왔다는 증거이자,

삶 전체로 보았을 때 가장 복된 결말이 아닐까.



무조건 눈에 띄는 사람보다,

천천히 오래 기억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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