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어느 때처럼 또 사소한 일로 비롯된 싸움이 일어나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었다
어떤 경찰이 차 타고 도망간 아빠가
남은 엄마와 나 동생을 향해
“이런 일 때문에 싸웠다고요?”라고 하며
어이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다른 경찰은 이해해 주려는 듯했다
“가구 옮기는 게 가족 폭력으로 변질될 수가 있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라고 들렸다
‘네 폭력이 이유가 꼭 있어야 폭력을 쓰던가요?
당신이 한 번 겪어보실래요?’라고
마음속에선 울분이 터졌다
‘그래, 경찰은 범인 잡는 이성적인 사람들이지
감정까지 이해해 주는 상담사가 아니니까’라며
좋게 생각하자며 꾹 참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서럽고 두려움에
덜덜 떨며 울고 있던 나와 엄마와 동생에게
더 상처가 되는 표정과 말이었다
이해를 못 받는 것이 그렇게도 서러웠다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은 주로 나였다
내 방구석에서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1.. 1.. 2.. 하며
아빠가 화를 낼까 무서워 버튼 누르는 것을
몇 번을 망설이다 결국 엄마와 동생을 위해 결심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곤 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아빠는 보통 대게는
차를 타고 도망을 가버린다
아주 비겁하고 찌질한 아빠였다
미리 도망가지 못했을 때도 있었다
그때는 나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대며
같이 겁에 질려있던 강아지를 안고 있는
나와 경찰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며
“너는 진짜 씨...!!! 가세요
가시라고요 가라고요!!!!!”라고 난동을 부리니
두 경찰에게 꼼짝없이 붙잡혔을 땐 속이 시원했다
두 남자 경찰에게 꼼짝없이 붙잡힌 아빠가
참 꼬수왔던 순간도 있었다
비겁하게 도망만 가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나를 지켜줄 수도 있구나’ 하는
흔하지 않은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한번은 엄마가 가게에서
아빠에게 맞아서 쓰러진 적이 있었다
쓰러진 엄마를 보고 경찰이 했던 말은
“며칠 전에는 다른 집에서 머리를 너무 잡아 당겨서
귀까지 찢어졌어요 다른 집들은 더 해요”라고 했다
이따위 말을 위로라고 한 걸까
그런 쓸데없는 위로는 필요 없었다
나가면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라며
그대로 나갔다고 했다
그때 그 작은 가게에서 쓰러져있던 엄마는
그런 말을 던지고 나가는 경찰을 보면서
얼마나 비참했을까
그날은 둘이 같이 불안감과 함께 울분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