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병원

28화

by 희지

2023년 4월 6일 21살에 맞는 병원을 찾게 되었다

이 선생님은 일어서서 인사를 하셨다

그게 특이한 점이셨다

하지만 약을 먹지 못해 극심한 우울증세로

간당간당 버티고 있던 나였어서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얼른 약을 달라고 했고

더 이상 나에 대해 설명하기 싫다고

과거에 대해 물어보지 말라고

지금 와서 생각하면 죄송하지만

화가 난 상태로 말했다

나는 정말 지치고 지친 상태였다


밖에서 하는 심리 테스트지를 작성하면서도

오랜만에 나에 대해 물어주는 글자들이

너무 슬퍼서 오열을 할 정도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 병원 선생님도 아주 병원을 통째로 빌려

상담도 해주셨을 정도로 잘해주셨지만

약을 최소한으로 쓰는 고집이 있으셨고

너무 긍정적인 사고에 대한 신념이 굳으셔서

내가 문제를 문제로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고

어떤 게 잘못되었는지 어느 것에서도

선택도 확신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늘 진료를 보고 오면 선생님처럼 완벽하고자

자기 검열에 심하게 빠지게 되었다


선생님의 긍정이 어느 정도였냐면

내가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강박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잠을 못 잔다라고 하니

그 방법을 알려달라 나도 알고 싶다 라며

가르쳐 주면서 서로 웃고 나오곤

이게 뭐 한 거지 하고 나왔을 정도로

엉뚱한 긍정이었다

그 정도로 선생님의 긍정은

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너무 긍정적이어도 안 되는구나

사람이 문제를 문제로 인식할 줄도

알아야 하는구나 싶었다

선생님은 조현병 전문의라서

그런지 자꾸 나를 조기 정신증, 느린 학습자라고

자꾸 잘못짚으셨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선생님이 더 아프셨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기억을 끄집어내 이야기할 때면

살인 현장을 설명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상담은 몇 번 하고 그만두었다

스트레스로 대상포진까지 걸렸었다


그다음에도 세상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약을 제대로 지어주지 않아

금단 증상과 부작용에 어지럼증과

심한 가려움증에 시달렸고

끝끝내 고집 피우는 의사 때문에 화병에 시달렸다


너무 착하게 잘해주셨었고

이야기도 일주일에 두 번씩

1년을 넘게 진심으로 경청하고

공감하며 들어주셨기 때문에

대놓고 선생님이 약을 못 짓는다고

말도 못 하고 끙끙 앓다가

결국 이 병원은 그만 다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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