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무한 긍정은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29화

by 희지

네 번째 병원 선생님은 약도 최소한으로 지어주셔서

1년 넘게 어떻게 내가 버텼는지도 모르겠고

화가 나 더 이상 약을 안 먹으려도 했었다


나 또한 그 선생님의 무한한 긍정에 물들어

밤에 잠을 안 자며 강박적으로 스트레칭하는 것

또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어버리며,

문제를 문제로 생각하지 않게 되었고

나의 병 또한 내가 아픈 건지도 판단을 못할 정도로

확고하게 잘 결정했던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나중에는 내가 아픈 건지 스스로

의심을 하게 되었을 정도였다


그 선생님은 상담도 잘 못하셨던 것 같다

그냥 착하기만 했을 뿐이었다

이 사실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못 옮겼다


심지어는 약국도 너무 친절해서

이런 곳은 다신 찾을 수 없어하며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때는

화를 내기도 했었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찾은 병원인데 하면서 말이다

약을 최소한으로 쓰자는 선생님 아집 센 신조로 인해

2주 넘게 어지럼증에 시달렸고

조현병 증세라 잘못된 오진을 내려

부작용과 금단 증상으로 꽤 고생했다


금단 증세는 2~3일이면 없어지고

일주일이면 없어진다는 잘못된 신조를 가지고 계셨다

이 말씀은 틀렸다

사람마다 다른 증세에 6개월 넘게 가는 분들도 있고

천천히 단약을 해도 1년 넘게 까지 여러 가지 증세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


나는 한 번에 끊었다가 다시 약을 확 줄이니

당연히 금단 증세가 심하게 왔다

이번에는 가려움증이었다

살점이 뜯기도록 밤새도록 긁어댔다

점점 병원 가는 게 힘들어졌었다

자주 만나다 보니 사회불안장애 증상 중

회피 증상 때문인지

나를 알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불편했다

거리를 두고 싶어졌다 잠깐 쉬고 싶어졌다


마음이 되게 고통스러울 때였다

약도 안 맞고 제대로 지어주지도 않고

최소한으로만 버틸 때였다

다른 병원에 갔다가 다시

이 병원의 친절함이 그리워 다시 왔다가

약이 확 줄어들어 금단 증상인 간지러움증를 겪었지만

약을 1알밖에 안 주시는 선생님의 아집 때문에

어차피 병원을 바꿨어야 했던 때였다

내가 이 병원을 자꾸 간 것은

인지 능력이 떨어져 제대로 된 판단이

안 되는 상태였기도 하고

선생님이 너무 착하다는 생각에

남에게는 상처주기 싫어서

나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나 자신을 더 생각해주지 못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창피하지만 더 솔직한 이유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며 칭찬받고 싶기도 했었던

아직 아이 같은 어린 마음을

가졌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선생님의 무한 긍정을 경험한 뒤

처음 편하게 버스 타고 길 걷는 행복감을 경험했으니

그래도 그러한 감사한 일은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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