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바람 부는 들판의
맥없는 갈대 같다가도
오래된 마을 어귀의
우뚝 솟은 소나무 같더라
눈치도 없이 하릴도 없이
어찌나 질기고 질긴지
땅속 깊이 엉겨 붙은
칡뿌리처럼
아무리 힘주어도
꺾이질 않더라
때로는 굽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혼자서는 도저히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내 자존심쯤은 잠시 내려두고 손을 내밀어야 할 때가 있다.
그깟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그런데 나는 손 내미는 게 왜 그리도 어려웠을까.
강한 척, 괜찮은 척, 척은 어찌 그리도 자연스러운지.
사실 숨 막히도록 힘든 순간에도 힘든 게 뭔지 잘 몰랐다.
‘이깟 일로 힘들다고 하면 너무 나약한 거 아닌가,
조금만 더 버텨보자. 조금만 더 버티자.'
그렇게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나를 다그치고 떠밀며 결국 상처 내고 있었다.
왜 나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던 걸까.
하지만 강한 ‘척’은 진짜 강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강함은 유연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제는 좀 더 유연한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어려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