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성난 파도는-
말없이 서 있는
절벽을 나무라고
스러진 모래를
집어삼킨다
분노한 하늘은-
번쩍이는 칼을 휘두르며
폭우를 쏟아내고
거센 입김으로
형체마저 쓸어버린다
말갛던 바다도 하늘도-
차오르는 울분을
눌러내지 못하고
누굴 향해 이토록
포효하는 것일까
평화롭던 자연이 휘몰아칠 때면, 마치 우리네 마음처럼 울분을 겪고 분노하는 듯하다.
순하고 맑던 하늘도, 그 하늘을 잔잔히 비추는 바다도, 어느 순간 감정을 참지 못하고 폭풍처럼 터져버리는 순간이 있다.
그 모습은 꼭, 마음을 억누르다 끝내 터져버린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연처럼 우리 안의 바다와 하늘도 다시 맑아지기를.